정보통신부가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불법으로 규정해 강력히 단속하고 있는 반면 재정경제부는 보조금을 지급한 만큼 일선 대리점의 세금 부담을 경감토록 하는 유권해석을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금지하는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재정경제부는 2일 '휴대폰을 할부로 고객에게 팔면서 할부판매금액의 일부를 대리점이 부담했을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할부판매금액에서 대리점이 부담한 금액을 뺀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는 휴대폰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뜻으로, 이에 따라 대리점은 보조금으로 지급한 금액의 10% 가량을 경감 받게 됐다.
재경부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지난해 3월 휴대폰 보조금이 불법화한 이후 대리점이 불법으로 지급한 보조금의 세무처리 방법을 둘러싸고 일선 세무서의 질의가 전국에서 빗발쳤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금은 실제 발생한 거래나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돼야 한다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보조금 지급분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통부에서 보조금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고심 끝에 정통부 정책과 세제정책은 별개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올 2월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SK텔레콤과 KT 등 3개 통신사업자에 33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정통부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정통부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세금문제는 재경부 소관으로 정통부가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형사처벌(최고 5,000만원 벌금)이 가능한 불법행위에 대해 결과적으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보조금 금지와 관련, 정통부의 정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경부가 정통부 입장과는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면서 통신업계에서 보조금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보조금 금지는 철폐돼야 한다"며 "재경부가 대리점 보조금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 "17대 국회가 개원하면 업계 차원에서 보조금 정책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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