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매만 있시믄 가신(家神)들이 나온다. 다 자네가 예전에 면식(面識)하던 사람들이다. 인자는 잡구신이지만도…. 하지만 다들 저그들이 죽은 지를 모르고 있다. 자네가 할 일은… 그네들한테 죽었다는 사실만 알게 해주믄 된다.”영화 ‘식스 센스’의 경상도 버전인가? 자기가 죽은 지를 모른다니 무슨 곡절인가. 리듬과 억양이 잘 살아 있는 경상도 사투리에 취해 대사를 놓치지 말 일이다.
위 대사는 30년 전 죽은 뒤 대문 귀신이 된 당시 집 주인 남부자(박용수)가 흉가에 들른 실성한 사내 파북숭이(한명구)에게 이르는 말로, 30년 전 7명이나 한꺼번에 몰살당한 이유를 추적하는 극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연극 ‘흉가에 볕들어라’(이해제 작ㆍ이기도 연출)는 귀신들 이야기에 추리극을 넣은 긴박한 구조와 걸쭉한 사투리가 스며든 뛰어난 작품으로 1999년과 2000년 공연에서 절찬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이 LG아트센터 대형무대에 다시 선을 보인다.
‘환’(3월19~26일)에 이어 LG아트센터 오늘의 젊은 연극인 시리즈 2탄으로 선보이는 ‘흉가에 볕들어라’는 여러 면에서 구미를 당긴다.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한명구와 박용수, 그리고 극단 인혁의 젊은 배우들이 만든 짜임새 있는 앙상블, 극의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퓨전 국악그룹 그림의 라이브 음악, 무대 바닥과 공중을 활용한 배우의 등ㆍ퇴장 등 무대 기술이 어우러진다.
삼승할망, 변소각시, 조왕부인, 용단지 등 억울하게 죽은 각종 잡귀들이 질펀하게 펼치는 해학과 풍류의 한마당도 오감을 자극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어떻게 7명이 떼죽음을 당했는지, 그리고 그 떼죽음의 이유는 어떻게 밝혀지는지일 것이다. 살짝 힌트를 던진다면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다.
연출가 이기도는 “대극장에서도 밀도 있는 작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극단 목화의 간판스타 출신인 한명구도 “상상력 뛰어난 연출가와 열정 있는 극단과의 작업이라 매력적”이라며 설렌다고 했다. 3일부터 11일까지 LG아트센터. (02)2005_0114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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