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30분, 아직 사위는 어둑어둑하지만 김복현(58)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장(장학관)이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그가 향하는 곳은 1975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켜왔던 배봉산조기체조회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여고 뒤에 자리잡은 배봉산에서 그는 평교사 시절부터 줄곧 동네 주민들에게 생활체조를 가르치고 있다."허리디스크 때문에 산에 올랐다가 특별한 운동거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이웃 주민들을 하나 둘 끌어 모으기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왔습니다."
매일 새벽 6시면 전농동, 휘경동 일대 주민들이 하루 30분씩 그의 시범에 맞춰 국민체조, 에어로빅, 덩더쿵체조, 덴마크체조, 생활체조 등 8가지 체조를 따라 하며 아침을 맞는다.
"지금은 웰빙 열풍으로 헬스장, 수영장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지만, 당시에는 맨몸으로 하는 체조 외에 일반인이 마땅히 사용할 기구나 시설이 없었다"고 김 과장은 회고했다. 한때 300명이 넘었던 아침 체조 회원들은 지금은 50여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조깅도 좋고, 워킹도 좋지만 체조는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고, 한번 빠져들면 중독성이 있어 좋다"고 '체조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3개월만 하면 걸음걸이와 몸매가 제대로 잡혀요. 회원 중 오십견이 있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지요. 30분만 하면 뼈마디가 나긋나긋해진다고 말하는데, 유연성을 길러주는 데는 최고죠."
한양대 체육학과에서 배구를 전공한 김 과장은 전농중 체육교사, 교육청 장학사, 광진중 교장, 학생교육원장 등을 거쳐 3월 초 생활체육을 전담하는 평생교육체육과장으로 부임했다. 80년대 후반 강남교육청 장학사 등을 지내면서도 강남으로 이사하지 못한 것은 체조회 회원들이 그를 붙잡아 전농동 일대를 떠나지 못하도록 동부교육청에 탄원서까지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년 후에도 생활체조 보급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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