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이 '대략'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의 댓글 순위도 대략 1등이거나 2등인 것 같고, 날씨가 대략 따뜻한 것 같고, 꽃이 대략 핀 것 같고, 대략 심심하기도 하고 대략 배고프기도 한 것 같다.우리집에 있는 중학교 3학년짜리도 그 말을 자주 쓴다. 어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가 물을 좀 떠 오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도 입으로는 "물은 대략 셀픈데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가 그 말을 사용한 절묘한 타이밍에 빙긋 웃었다. 대통령 탄핵 가결 후 탄핵에 대한 방송을 편파적으로 한다고 민주당 지도부가 KBS에 항의하러 갔다가 홀대를 받았다며 '예의가 없다. 물도 한잔 안 주더라'고 한 말에 대해 네티즌들이 만들어 퍼트린 말이 바로 '물은 셀프'이다. 합성사진으로 국회의사당 외벽에 '물은 셀프'하고 길게 현수막을 늘어뜨려 놓기도 했다. 제 손으로 냉수 마시고 제발 좀 그만 웃기라는 얘기인데, 지금도 그들은 계속 웃기고만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제 우리집 식탁에서는 당분간 '물은 셀프'라는 말이 자주 나올 것 같다. 대략 그럴 것 같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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