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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젤리백, 살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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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젤리백, 살까 말까?

입력
200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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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젤리로 백을 만들었다고?”얼마전 후배가 젤리백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늘어놓았을 때 제가 제일 먼저 한 말입니다. 어린 시절 입맛을 살살 당기던 달콤한 젤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죠. 실제로는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라텍스고무소재를 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름부터 재미있는 젤리백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을 얻고 있습니다. 유명 패션업체는 물론이고 동대문과 이태원의 패션상가에서도 베스트셀러죠. 인터넷 쇼핑몰에서 ‘젤리백’을 치면 보기만 해도 새콤달콤한 색상의 젤리백 사진이 수백개씩 뜹니다. 가격도 이탈리아 직수입을 외치는 20만원대부터 짝퉁 2만원짜리까지 다양합니다. 아직은 바람이 차기 망정이지, 거리에 젤리백이 넘쳐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젤리백의 인기는 지난 2000년 겨울거리를 파스텔톤으로 물들였던 파시미나 숄을 연상시킵니다. 이집트산 고급 울을 뜻하는 파시미나는 당시 안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죠. 위안부누드사진 파문을 일으킨 이승연이 모 드라마에서 처음 하고 나왔지만 파시미나는 사실 그 전해 뉴욕에서 이미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파시미나 열풍은 채 두 해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칙칙한 겨울 옷차림에 화사한 봄향기를 실어줬던 파시미나는 계절이 바뀌면서 신선도를 잃었고 2001년 겨울엔 이미 끝물이었어요.

패션용어로는 이렇게 반짝 유행하다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유행을 패드(Fad)라고 해요. 패드가 장기적인 트렌드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계절이나 특정 스타의 이름값에만 의존, 고유의 품격이나 가치를 재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패드 상품은 인기를 얻을 때 만큼이나 급속도로 식상해 성수기가 지나면 완전히 구식처럼 느껴집니다.

젤리백을 판매하는 한 회사의 마케팅직원조차 “올 여름이 젤리백 판매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고있으니 젤리백을 패드로 간주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네요. 후배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도 (가치재가 아닌) 소비재에 큰 돈을 쓰지는 않는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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