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잉. 점당 만~원이 확실하네.”배우 황정민(34)이 강원도 사투리를 이처럼 능청맞게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8대2 가리마를 한 고지식한 순경의 모습을 하고. 시골 파출소 사수에 나선 두 경찰관(양동근 황정민)의 이야기인 ‘마지막 늑대’(감독 구자홍)에서 황정민이 맡은 고정식 순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캐릭터다.
고 순경은 하도 파출소에 일이 없자 소 대신 쟁기를 끈다. 동네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느릿한 강원도 사투리로 한마디 한다. “멀~쩡한 소 놔두고 지가 소래요.” 하는 일 없이 ‘맨날 낭구(나무) 숫자만 세는’ 선배 경찰관(양동근)과 티격태격 하고, 친구에게 순결을 뺏긴 애인(김현정)에게 어린애처럼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은 강원도 정선의 아름다운 풍경과 맞물려 묘한 감동을 준다.
언제나 맡은 배역에 몰입하는 것으로 소문이 난 황정민은 이번 영화에서도 고 순경에 완전히 녹아 들었다. 서울 전출의 그 날만을 기다리며 제복을 깔끔하게 다려 입는 강원도 순경의 모습에서, ‘바람난 가족’의 뻔뻔한 바람둥이 유부남과 ‘YMCA 야구단’의 소심한 애국청년의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그의 다음 변신이 기다려진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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