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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분양원가 공개 손익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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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분양원가 공개 손익계산법

입력
200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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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기자들이 공무원 만나 취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현정권의 언론기피증세가 아직 가시지않은 탓인지 청와대는 물론이고 기자실이 통합된 과천의 경제부처 같은 곳은 전화통화조차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과 거리를 둔 그들만의 정책결정이 어떤 오류를 낳을지 두려움이 앞서지만 공무원들은 무척 편해졌을 듯 싶다. 그나마 국민, 특히 서민 보금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교통부는 독립기자실을 유지하고 취재도 비교적 자유롭다니 무척 다행이다.취재가 훨씬 자유로웠던 10년전쯤, 건교부에 출입할 당시 있었던 뒷얘기다. 출입한 지 일주일쯤 지난 어느날 기자실 구석에서 가정용보다는 커 보이는 철제금고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증에 못 이겨 '취재'를 시작했고, 공보실 직원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이 금고는 1980년 중반 옛 건설부 시절부터 그곳에 있었고 90년대초까지 말 그대로 금고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엠바고'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엠바고는 이제 소멸시효가 지난 것 같아 간단히 적는다.

당시 건설부는 건설업체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수도권 5대 신도시를 건설할 때는 건설부의 '지도에 줄긋기' 하나 하나에 업체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힘이 있는 곳엔 사람과 돈이 꼬이기 마련이다. 기자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업체 간부들이 종종 들러 두툼한 봉투를 놓고가곤 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같은 인사는 평일 오후 늦게, 심지어 토요일 오후에 기자실을 찾아 봉투를 건넸다. 고심 끝에 이를 일단 '보관'해놓느라 금고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문제가 될 만한 것도 있었죠. 그래서 상당부분 돌려줬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의 기억이 맞다 해도 봉투의 일부는 기자들의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 직원은 요즘은 용납하기 어렵지만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었다고 첨언했다. 언론은 이후 여러 불미스런 사건을 겪고 자정노력을 한 결과, 순결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상대적으로는 깨끗해졌다고 자평하고 싶다.

올초 시작된 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논쟁이 아직도 치열하다. 현안에는 늘 이해당사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원가 공개의 복잡한 경제학은 일단 접어놓고, 이해당사자들을 대입시킨 원가 공개 손익계산법으로 따져보면 결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원가 공개는 곧 분양가 인하를 의미한다. 그 경우 건설업체들이 일차적으로 피해를 보게된다. 단순계산을 해 봐도 수익이 줄어들 것은 뻔하다. 건설사들의 '비자금 공장'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정치권은 물론 관가의 '손실'로 이어진다. '차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신문의 주요지면을 장식했던 업체와 이들간의 은밀한 거래를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치졸한 예일지 모르지만, 업체들이 관료들에게 건네는 수백만원 단위의 축의금조차 그 규모가 줄어들지 모른다.

반면 원가 공개로 이득을 보는 측은 주택소비자들이다. 헌데 그들은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수 있는 힘이 없는 피동체들이다. 3대1, 언론도 이젠 소비자 편이라고 치면 3대2의 게임인 셈이다. '기자가 받는 봉투의 두께는 관이 받는 것의 수십분의 1'이라는 십수년전 격언이 이젠 유효하지 않다는 조건에서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이길 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한번의 희망은 있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금배지를 달고 있는 이들은 분양원가 공개 반대파 중에서도 가장 힘센 사람들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들과는 사고구조가 다른 이들을 뽑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김 동 영 사회2부장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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