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문/한국조폐공사"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여직원은 결혼하면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알았고 관리자 승진은 꿈도 못 꾸었죠. 이제는 여성에게 천국 같은 직장으로 변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한국조폐공사(사장 박원출)에서 28년을 근무, '여직원들의 대모'로 불리는 박정애(48·여) 경산조폐창 완공2부장의 얘기다. 박 부장은 "퇴직한 동료들은 '여성이 근무하기에 조폐공사만 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제4회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대기업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조폐공사는 88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 고용평등과 모성보호에 어느 기업보다 빠른 발걸음을 보여왔다. 법정 산전·후 휴가는 60일이었다가 2001년부터 90일로 늘어났지만 조폐공사는 91년부터 이미 93일로 정했다. 태아검진휴가도 이제서야 법 도입이 검토되고 있지만 조폐공사에서는 같은 해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육아휴직 시 근로자가 고용보험에서 받는 보조금은 월 30만원. 대부분의 여성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은 생계부담 때문에 아직도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91년부터 육아휴직 1년간 본봉 전액을 보조하고 기존부서에 복직하는 것은 물론 육아휴직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 승진·승급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제품검사실 직원 전영주(31·여)씨는 "휴직 시 생계부담과 복직 시 인사불이익을 염려해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많이 봐왔다"며 "육아휴직 등에 대한 우리회사의 규정은 다른 업체에 비해 월등하다"고 말했다.
고용과 근로조건 면에서도 93년부터 남녀동일호봉을 채택했고 지난해부터 여성채용목표제를 도입, 신규채용인원의 30%를 여성 몫으로 할당하고 있으며 채용면접위원 중 여성면접위원을 40%로 정해 여성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장창식 인사부장은 "부장 과장 등 관리자가 되는 여성들도 크게 늘고 있다"며 "고용평등이 회사경쟁력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앞선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중소기업부문/토탈소프트뱅크
"고용평등을 넘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제4회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중소기업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부산지역 IT업체인 (주)토탈소프트뱅크는 2002년 7월 코스닥 등록을 하면서 당시 32세의 이숙희 개발팀 차장을 기술담당이사(CTO)로 발탁했다. 코스닥 등록기업중 30대초반 여성이 사내 '넘버 4'의 임원이 된 경우는 극히 드물어 회사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최장수 회장은 당시 "창의력과 끈기를 발휘하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보장이 돼 있다"고 사원들에게 공표했다. 선박 자동화 및 항만 물류소프트웨어라는 특수기능의 IT제품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직원수가 86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125억원에 달하고 지난해 순이익을 37억원이나 냈다. 1988년 4명으로 시작해 알짜기업이 되기까지 이러한 사풍이 큰 몫을 했다.
이 이사뿐만 아니라 개발팀장, 일본지점장, 시스템관리자 등 핵심보직에 모두 여성이 기용됐고 계장급 이상 관리자 35명 가운데 12명이 여성이다. 한마디로 이 회사에서 승진과 업무, 보직은 오직 능력에 달려있다.
기획관리팀 손춘목과장은 "여직원에게 커피심부름을 시키는 문화가 애초부터 없었다"며 "철저히 능력에 입각한 채용과 승진정책을 써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기회의 평등만큼이나 일의 평등도 엄격하다. 제품특성상 해외바이어가 많아 여성의 사회활동이 금기시되는 아랍권이나 아프리카 오지까지 여직원이 단독 출장을 간다.
이 개발이사는 "일본의 한 바이어도 우리 회사 여직원이 단독출장을 온 것을 보고 굉장히 놀라워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성보호를 위해 임신을 했을 때에는 출장을 보내지 않고, 취업규칙에 육아휴직제도를 규정해두고 있다. 늘어나는 여성근로자에 비해 자사 건물이 없어 직장보육이 미비한 점이 옥의 티. 최근 회사는 인근에 보육시설 설치나 위탁보육을 추진 중에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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