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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시대 왔다/<하> 바뀌는 관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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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시대 왔다/<하> 바뀌는 관광문화

입력
200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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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발해 부산 해운대에서 노닐다가, 생선회로 저녁 먹고 올라오자."고속철도가 개통되는 1일부터 주변에서 이 같은 얘기를 듣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철도교통 혁명이 생활, 특히 레저 패턴을 얼만큼 뒤흔들어 놓을지는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당장 승용차 여행이 주종이었던 관련업계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인기 관광지의 서열도 바뀔 전망이다. 이미 변화의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행업계가 준비하는 새 테마는 '더 많이, 더 멀리'이다. 주 5일 근무제가 확대되면 '더 오래'가 추가된다. '더 많이'는 여행객의 증가를 의미한다. 국내 여행 전문여행사인 우리여행사의 이승원 사장은 "국내 여행객들이 가장 불편을 겪었던 분야는 바로 만성적 정체 등 교통 문제였다. 하루 수십만명의 여행자가 고속철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교통 사정도 좋아져 여행자수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더 멀리'는 당연한 현상. 이미 여행사들이 남쪽 끝 지역을 당일로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쏟아냈다. 고속철과 선박을 이용한 서울-대마도 상품까지 내놓은 대아여행사의 황용만 영업부장은 "서울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하면 대마도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며 "짧은 일정으로 낚시 여행 등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긴 일정의 여행 패턴에도 한층 속도감이 붙을 것 같다. 승우여행사는 호남선으로 서쪽 끝까지 간 뒤, 서에서 동으로 남해안 여행지를 횡단해 부산에서 귀경하는 2박3일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던 일정이다. 이종승 사장은 "오고가는 데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으면 여행의 내용도 충실해진다"며 "주마간산이 아닌 꼼꼼한 나들이로 여행문화가 많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운송업계는 여행패턴의 변화에 적응하는 새판 짜기에 열심이다. 우선 국내선 항공 이용객의 60% 정도가 고속철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돼 대한항공은 김포-대구 노선을 하루 9편에서 1∼2편, 김포-부산은 29편에서 22편으로 줄인다.

하지만 항공사의 표정은 오히려 밝다. 낮은 운임과 의무 편수로 채산성이 맞지 않았던 국내선 감축으로 오히려 비용이 줄고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남는 항공기로 국제선을 신설하고 전세기를 늘리는 한편, 제주 등 인기 노선을 강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관광버스 업계. 버스를 이용했던 장거리 여행객의 30% 정도가 고속철을 이용할 전망이다. 업계는 고속철과 연계된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렌터카업계는 '고속철 특수'를 예상하며 희희락락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차만 빌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 지역을 안내할 수 있는 기사를 고용하는 등 새로운 개념의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지자체 "관광시대" 묘안 짜내기

고속철 개통으로 관광 패턴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는 급변하는 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에서 불과 2시간 40분 거리인 경부고속철의 종착역 부산은 '속도의 시대'에 걸맞는 관광 활성화 전략을 수립,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부산시는 수도권은 물론 고속철을 타고 전국에서 몰려들 관광객을 위한 시티투어 버스편을 증편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티투어 버스의 출발역을 부산역으로 조정하고, 역을 기점으로 17개 관광코스를 새롭게 개발키로 했다.

동백섬과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 조명사업을 연내 마무리하기로 한 것도 당일치기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 뿐만 아니라 부산―오사카를 오가는 2만1,000톤급 초대형 여객선 팬스타호를 주말에 부산 앞바다를 둘러볼 수 있는 연안크루저로 투입,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충족할 예정이다. 9월부터는 일본 후쿠오카- 중국 상하이를 연계한 'BuShaFu 크루즈'도 선보인다.

대구시는 문화와 관광을 접목시켜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교와 가야문화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 관광객 유치도 대구시의 관광전략 중 하나. 6월 중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을 방문, 대구지역의 관광명소를 홍보할 예정이다. 8월중에는 일본 고교 수학여행 담당 교사 초청 설명회를 갖는다. 또 후쿠오카―부산―대구를 잇는 1박2일짜리 신상품을 개발해 다음달부터 일본 관광객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충청 호남권 자치단체 역시 전략적 제휴를 통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전북 익산시를 비롯 군산 충남 공주, 부여, 서천 등 기초자치단체는 도계를 뛰어넘는 금강권 관광코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국제 영화제, 세계 민속예술축제, 김치 대축제, 국악제 등 5대 축제를 같은 기간 열어 관광객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충남은 첫 정차역인 천안을 거점으로 예산 공주 부여를 연결하는 시티투어 네트워크를 구축, 관광객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종합

■ 권역별 떠오르는 여행지

수도권과 워낙 멀어 떠날 마음을 먹기 힘들었거나, 일정이 애매했던 여행지들이 초읽기 심정으로 고속철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고속철 여행 특수가 예상되는 권역을 꼽아본다.

호남 남부권(영암, 해남, 강진, 신안)

아름다운 여행지가 널린 곳이다. 서울에서 6∼7시간이 걸리던 곳이 4시간대면 닿는다. 영암은 국립공원 월출산이 있는 곳. 과거 호남 등산인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은 두륜산, 달마산 등 걸출한 산을 가지고 있다. 강진은 '남도 답사 1번지'로 불린다. 다산초당, 영랑생가, 백련사 등 유서 깊은 유적이 많다. 신안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있다. 목포에서 가까운 섬은 서울에서 4∼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영남 중서부권(청도, 창녕, 고령)

길을 우회해야 찾을 수 있었으나 이제 동대구역과 밀양역을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소싸움으로 잘 알려진 청도는 경관이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한 가운데에 있는 곳. 운문사, 운문댐 등 돌아볼 것이 많다. 창녕은 화왕산이라는 명산과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늪지인 우포늪이 있는 곳이다. 이제 진달래 산행객과 봄의 늪을 찾는 사람들이 밀려들 전망이다. 고령은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국립공원과 지척이다. 옛 가야의 자취도 많이 남아있다.

충남 북부권(아산, 평택, 천안)

많은 경관과 시설을 갖고 있지만 도시화로 인해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잃었던 곳이다. 하루 일정으로는 조금 모자라고 이틀을 잡으면 시간이 애매했다. 이제 완벽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해졌다. 온천관광지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아산은 온천여행지로. 송탄관광특구와 평택호관광지가 있는 평택은 가족나들이터로, 독립기념관 등이 있는 천안은 답사여행지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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