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일은 내게 천직이었던 것 같다. 원래는 젊어서 은행에 취직했는데 아버님이 먼 데 보낼 수 없다고 집 앞 보건소에 취직을 시켜 주셨다. 원해서 된 것은 아니었지만 간호 업무는 보람 있는 일이었다.충북 보은 보건소에 근무할 때는 아픈 분들을 보면서 내가 뭔가 더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궁리도 많이 했다. 나는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고통과 생활을 함께 나누는 일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내가 54세 되던 해였다. 평소 피부관리에 관심이 있어서 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양상규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그 분은 중국과 일본에서 발 건강 관리 교육을 많이 받고 온 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발 관리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 분에게 발에 대해 배우면서 발의 노폐물이 만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발 관리로 놀라운 자연적인 치유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됐다.
발 건강 관리는 뒤늦게 내 인생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간호사로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에 새로운 차원의 도움을 주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번은 73세 된 노스님이 과로로 쓰러져 반신을 잘 못 쓰게 되고 말도 어눌해져 외출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3년이나 고생을 하고 있었다. 당뇨까지 겹쳤다. 우연한 인연으로 그 스님의 발을 하루도 빠짐없이 90일 동안 매일 1시간씩 3개월을 관리해 드렸다. 지금은 말도 불편 없이 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다른 40대 남성은 안면 전체의 경련으로 다른 사람들과 마주 앉기도 거북할 정도에다 길을 가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 분에게는 직접 3회 정도만 발 관리를 해주고 본인에게 지압할 부분과 방법을 일러주었다. 그는 꾸준히 노력해 28일 만에 정상으로 회복됐다. 지금은 "다시 태어난 인생"이라며 행복해 한다.
나 자신도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틈만 나면 내 발을 지압했다. 기와 혈의 순환이 순조로워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지고 생활에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여러 갱년기 증상도 좋아져 젊은 시절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우연히 만난 발 관리가 최상의 보약이 된 것이다.
나는 요즘 청주대학 평생교육원에 나가 수강생들에게 발 관리 기법을 가르친다. 수강 첫날 발 전체를 관리해 주고 며칠 스스로 익히도록 하면 이런 저런 통증이 줄어들면서 효과를 본다는 이가 많다.
앞으로도 발 건강 관리로 인해 잊지 못 할 일은 계속 생길 것이다. 이 나이에 남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김 한 순 전 간호조무사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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