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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택시기사에 물어봐?

입력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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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의장, 택시타고 출근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9일 택시를 타고 당사로 출근했다. "불황을 겪는 택시업계를 돕고 바닥 민심도 들어보자"는 취지였지만 성난 민심에 곤욕을 치렀다. 정 의장은 이날 아침 지도부에게 "택시타고 오라"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길거리로 나섰다. 며칠 전 택시로 출근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나 조류독감 당시 '닭번개' 모임을 본뜬 일종의 '택시번개' 이벤트였다.

정 의장이 택시에 올라 "요즘 벌이가 어떠냐"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택시 기사는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바쁜 정치권 때문에 손님도 없고 경제도 안 된다"고 쏘아 붙였다. 정 의장이 "그래도 우리당은 민생을 챙기려 한다"고 '항변'했지만 기사는 "타는 사람마다 다 똑 같은 놈들이라고 욕한다. 다르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고 받았다. 기사는 이어 "영종도 공항에 자주 다니는데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외국 나가서 창피해 얼굴을 못 들고 다닌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출근시간에 30분씩 빈 차로 다닌다는 기사의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자신이 국민에게 직접 사과했던 의원직 사퇴 번복에 대해 "국고보조금 54억원 보다는 높은 도덕적 수준과 새 정치가 중요하다"는 호된 질책을 받았다. 결국 김 대표가 "잘못했다. 투명한 정치자금을 사용하려던 뜻이었다"고 용서를 빌자 택시 기사는 겨우 악수를 받아 주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秋선대위장 "택시회사로"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위원장직 수락 이후 첫 대외 행사로 29일 서울 증산동 택시회사를 방문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 나섰다.

이날 추 위원장이 찾은 신성택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때도 방문했던 곳. 민주당은 이곳을 다시 찾아 'DJ의 적자'임과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이미지를 과시했다.

추 위원장은 "정치권이 실망만 주고 있어 염치가 없다"면서 "회초리 맞으러 치마를 입고 왔다"고 자세를 낮췄다. 추 위원장은 "회사 카드로 연료를 채우면 특소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즉석 공약을 내기도 했다. 이 회사 사장은 "선거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고 화답했으나 일부 기사들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침 어수선한 교대시간에 도착한 추위원에게 한 기사는 "찾아와도 하필 제일 바쁜 시간에 오니 도움이 안 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다른 기사는 아예 "기득권을 지키려다 이 지경이 된 민주당은 사멸해야 한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기사와의 대화 시간에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한 기사는 "추 위원장도 탄핵에 앞장서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기사 이성식 씨는 "가장이 잘못해도 많은 의논 끝에 처리하는 것이 도리"라며 "사과할 것은 정중히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추 위원장은 "민주당이 잘 하라고 주는 채찍인 만큼 감사히 받고 열심히 뛰겠다"고 사과하고 "대통령 회견을 보고 더 이상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고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민생투어에는 현역으로는 김상현 의원만 동행해 채 정돈되지 않은 당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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