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 영안실. 보충수업중 쓰러져 숨진 한 교사의 시신이 안치된 이곳에는 유족과 동료교사들이 4일째 장례도 치르지 못한채 빈소를 지켰다. 보상문제가 매듭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상 과로로 숨진 것이 분명한 데 최소한의 보상은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인과 네 아이들의 생계가 막막해요." 이미 지쳐버린 유족을 대신해 교사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응답은 들리지 않았다.일산의 세원고 김모(40) 교사가 화를 만난 것은 25일 오후. 비교적 건강했던 김 교사는 보충수업 도중 눈부위의 심한 통증과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동료교사가 차를 몰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뇌출혈이 심해 위독하다"는 진단에 따라 서울의 병원으로 다시 이송됐으나 다음날 오후 숨을 거뒀다. 이후 교육당국에 대한 비난이 또 쏟아졌다. 전교조는 "잘못된 학원정책이 한 교사를 죽음으로 몰았다"며 보충수업 전면금지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그릇된 교육정책이 가져온 간접살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과연 그럴까. 김 교사 죽음의 원인을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보충수업'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교사가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비뚤어진 교육정책의 희생양이었던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선생님은 아침 7시30분에 시작되는 0교시수업부터 밤10시 야간자율학습까지 14시간 이상 수업을 하셨어요." 이날 빈소를 찾은 학생들은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한 교사는 "학내 분위기상 설령 힘에 겨워도 이 수업들을 안 맡는다고 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고교교사의 슬픈 죽음은 일그러진 공교육의 압축파일같다는 생각이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송원영 사회2부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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