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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남발되는 부양책 "뒷감당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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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남발되는 부양책 "뒷감당 걱정"

입력
200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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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님, 천천히 좀 가세요."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 후 신용불량자 대책과 감세 등 각종 경기 부양책이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후유증만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부동산·신용 거품'을 야기한 2000년 하반기 이후의 '금융 살포' 정책과 달리 이번 부양책은 대부분 감세로 이뤄져 버블식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은 적지만 재정부담, 소비와 경기왜곡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재경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취임 후 1개월만인 10일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엔 "경제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며 서비스업 육성대책(19일), 특별소비세 인하(23일), 창업 지원방안(25일)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또 신용불량자 대책의 핵심인 배드뱅크 출범을 한달 앞당기고, 상반기 중 예산을 최대한 집행한 뒤 6월 이후엔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키로 했다. 여기에 26일엔 '일자리만들기위원회'에서 청년실업자 채용 기업에 대한 장려금 지원방안도 나왔다. 두달전 재경부가 발표한 '고용증대 특별세액 공제제도(1인당 100만원)'와도 중복되는 대책이다.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대책은 정부가 경기부양에 '올인'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적절한 경기조절 대책은 '약'이 되겠지만, 자칫 무리할 경우 일시적인 통증만 완화시키고 근본 치료를 가로막는 '모르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 몇 푼 깎아준다고 투자가 살아나기는 힘들어 대책의 실효성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시장의 무딘 반응에 정부가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엔 뒷감당이 정말 어려워 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최근 수년간 특소세 인하조치를 너무 자주 써 그때 앞당겨 구매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부양책을 자꾸 쓰면 세계 경제회복 사이클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2000∼2001년 무차별적 소비부양의 결과로 우리 경제가 지난해까지 '더블 딥(double dip:이중침체)'을 거쳐왔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정부가 경기부양의 강박관념을 갖고 조급해 하는 것 같다"며 "감세정책 남발은 재정적자를 야기할 수 있고, 이는 도리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시장이 자발적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의 잦은 대책으로 오히려 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이 부총리가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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