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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샤론과만 대화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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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샤론과만 대화하는 미국

입력
200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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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게릴라단체 하마스의 설립자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이 피살된 사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지난 3년간 양자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화로 가는 로드맵(단계적 추진 일정)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무고한 희생자만 늘어 가고 있다.단기적으로 보면 야신의 죽음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촉발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끝 없는 투쟁보다 공존을 원하는 대다수 팔레스타인인들이 야신과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들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려는 계획이 하마스의 폭력 때문인 것처럼 비쳐질까 경계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다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이 철수하면 하마스가 심리적으로나 실리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가 오랫동안 연기된 회동을 갖는다면 이스라엘 군 철수 문제에 대한 조율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신이 살해되기 전에도 두 정상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이스라엘은 안정보다 혼돈을 원하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때문에 쿠레이 총리에게는 실권이 없다고 여긴다. 쿠레이 총리가 안보에 대한 계획과 이를 실천할 태세를 보여주지 않는 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철수와 요르단강 서안 보안장벽 완성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중재자로 나설 만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신뢰하지 않았고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샤론의 이니셔티브에 대해 샤론과만 이야기를 나누는 쪽을 택했다. 샤론은 유대인 정착촌을 소개시키고 팔레스타인 쪽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없더라도 점령지에서 철수하겠다는 혁명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그런 조치가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면 미국이 국제적 지지를 얻는 데 한결 유리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만을 대화 상대로 삼음으로써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유럽 각국 등 모든 관계국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자기 역할과 책임을 포기한 채 뒤로 물러 앉아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어떤 식으로 짝짜꿍을 하는지 보자는 자세다. 더욱 나쁜 점은 오직 하마스만이 이스라엘 철수 이후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부시 정부는 이스라엘 철수 후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요르단 등과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철수하고 난 뒤에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치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극단주의자가 아닌 중도파가 팔레스타인 인민을 이끌어가도록 하려면 어떤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및 다른 나라들과 대화를 추구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의 안보나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자치, 그리고 평화 조성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자기 역할을 방기한다면 샤론의 혁명적인 철수도 평화 공존을 반대하는 자들과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선을 만드는 데 그칠 뿐이다. /뉴욕타임스=뉴시스

데니스 로스 워싱턴중동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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