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한국 선수끼리 우승을 다투는 '내전'의 격전장으로 변했다.'슈퍼루키' 송아리(18·빈폴골프), '버디퀸' 박지은(25·나이키골프), 개막전 돌풍의 주역 이정연(25·한국타이어). 28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6,460야드)에서 끝난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 3라운드의 리더보드 최상단을 접수한 한국 낭자군단의 이름이다.
이들은 최종일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로만 구성된 3명의 챔피언조로 편성돼 연못세리머니(이 대회 우승자는 18번홀 그린 옆 연못에 뛰어드는 전통이 있음)의 주연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됐다. 여기에 이날 버디 3개를 수확한 미셸 위(15·위성미)가 공동 4위(6언더파 210타)로 바짝 추격하고 있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최종전은 이래저래 '코리안 페스티벌'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송아리는 이날 3타를 더 줄이면서 합계 8언더파 208타로 박지은과 함께 공동선두에 복귀, 프로 데뷔 첫 해 첫 우승을 메이저타이틀로 장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허리통증으로 사흘째 진통제를 먹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지은은 이날 7번홀(파4)부터 시작된 4개홀 연속 버디를 발판 삼아 데일리베스트(5언더파)를 기록, 투어 입문 5년 만에 첫 메이저대회를 노리게 됐다.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는 이정연에겐 이날은 파3홀의 불운과 싸운 하루였다. 이틀째 단독선두로 출발, 11번홀(파5)까지 4타를 더 줄이며 2위 그룹과 2타차까지 간격을 벌렸던 이정연은 14번홀에서 티샷한 볼이 그린 앞 돌을 맞고 물에 빠지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17번홀에서 또 다시 보기를 범해 1타차 3위(7언더파)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셸 위에게는 행운이 따랐다. 파5 9번홀. 90야드쯤 남겨놓은 상태에서 웨지로 3번째 샷을 날린 미셸 위의 입에서는 '악'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볼 윗부분을 때리는 어이없는 실수로 그린을 완전히 넘겨버릴 위기에 빠진 것. 그러나 '로켓처럼' 날아가던 볼은 그린 뒤에 있던 휴지통에 부딪치면서 앞으로 튕겨났다. "휴지통에 맞는 소리가 마치 사람 뼈가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렸다"는 미셸 위는 "그 순간 내가 사람을 죽였구나 생각했다"며 아찔한 순간을 떠올렸다. 이 홀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한 미셸 위는 곧바로 다음 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우승의지를 되살렸다. 이와 함께 4언더파 공동 9위에 오른 김미현(27·KTF)의 뒤를 이어 김영(24·신세계), 한희원(26·휠라코리아) 등이 1타차로 줄줄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박세리(27·CJ)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각각 합계 1오버파와 이븐파로 사실상 우승의 꿈을 접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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