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악명을 떨친 인물들을 단골로 변호해 온 프랑스 변호사 자크 베르주(79·사진)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변호를 담당하게 됐다.베르주는 프랑스에서 복역 중인 베네수엘라 출신 테러리스트 '자칼'(본명 일리히 라미레즈 산체스), 레지스탕스를 학살해 '리옹의 백정'이라 불린 프랑스 게슈타포 책임자 클라우스 바비, 유럽 인권재판소에 기소된 전 유고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등을 변호했던 인물이다.
타리크 아지즈 전 이라크 부총리의 변호사로 이미 선임된 베르주는 27일 후세인의 조카인 알리 바르잔 알 타크리티로부터 후세인 변호를 부탁 받았다고 밝혔다.
알 타크리티는 베르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당신에게 내 아저씨를 변호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위임한다"라고 밝혔다. 선임에 대한 후세인 본인의 뜻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르주는 "재판이 열릴 곳은 바그다드, 국제적십자사 본부가 있는 제네바,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헤이그 등 3곳 중 하나일 것"이라며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그들이 사담 후세인을 재판 전에 죽일지 모른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후세인의 재판 장소나 형식, 날짜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서방 언론들은 바그다드에서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후세인 재판의 중심에 설 베르주는 자신의 고객들 못지않게 사연이 많은 인물이다.
1925년 태국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받은 인종 차별로 인해 반제국주의자로 성장했다. 2차대전 때 드골 장군의 군대에 입대해 참전하기도 했으나 프랑스의 제국주의 유지에 반발해 프랑스 공산당(PCF)에 투신, 과격 학생운동 지도자가 되었다.
1940년대 말 파리에서 훗날 캄보디아 학살의 주인공이 된 크메르 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 등과 교우했고, 폴 포트가 악명을 떨치던 70년대에는 캄보디아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 탈당 후 프랑스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인사들을 주로 변호해온 베르주는 알제리의 카페에 폭탄을 장착했던 의뢰인과 결혼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 신 나치주의자들의 폭력 등을 모두 옹호, 극좌와 극우를 넘나든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대부분의 재판에서 패했지만 법정에서 놀라운 정열로 피고인들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변론을 토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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