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지음 사계절 발행·8,900원
교양필독서 목록에 오르는 고전들은 읽지 않고도 '안다'는 착각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대개 입시 대비용으로 외운 제목과 몇 개의 문구에 익숙한 나머지 생겨나는 착각이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의 자기 변론을 플라톤이 기록한 '변명'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청소년들이 고전을 접하고 이해하는 길눈을 터주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사계절 출판사의 '주니어 클래식'시리즈 두번째 권으로 나온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핵심 사상에 접근하는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다. 저자 안광복(34)씨는 서강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중동고에 재직중인 철학 교사.
고발장 내용만으로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이 얼토당토않은 일로 보이나 오늘날로 치면 소크라테스의 죄명은 풍기문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 저자는 2,500년 세월과 지리적 거리를 뛰어넘으며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함께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진리가 무엇인가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에 대한 오해도 풀어준다.
자신이 무신론자라는 고발자의 주장을 논박하는 대목에선 암기용 교과서 지식에 그쳤던 소크라테스 대화법의 묘미를 엿보게 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옳은지 또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올바른 사회인지를 스스로 묻도록 다그침으로써 권력자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던, 진리의 산파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설명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풀어쓴 '종의 기원, 자연 선택의 신비를 밝히다'(윤소영 지음)가 시리즈 첫번째 권으로 함께 나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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