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무라 카즈오 글·그림 꿈소담이 발행·전8권, 각 권 7,000원
뾰족산은 뾰족쥐들의 고향이다. 하늘만큼 치솟은 산은 구름, 바람, 물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통통한 지렁이와 팔팔한 메뚜기, 말랑말랑한 달팽이 등 맛있는 음식도 많지만, 순식간에 뾰족쥐를 삼켜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짐승들도 살고 있다. '뾰족산의 모험'은 뾰족이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친구 무당벌레와 함께 그 산의 꼭대기를 다녀와 손자인 키키, 쎄쎄, 쿠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뾰족쥐 마을에서는 뾰족산을 다녀와야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뾰족이도 용감하게 길을 떠났던 것이다. 기껏해야 길이 5㎝에 불과한 작은 쥐가 까마득한 산을 오르는 동안 보고 듣고, 위험을 이겨내면서 스스로 먹이를 찾는 법과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태도가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풀무치를 덮쳐 맛있게 먹기도 하지만 새와 뱀의 먹이가 될 뻔하다 자연의 법칙을 깨닫는다. 소금쟁이, 물매암이, 무당거미가 무엇을 잘 먹고 가문비나무, 흰털발제비, 솜다리꽃, 옥잠화 등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배운다. 숫자를 세는 게 어렵다는 자벌레의 고민, 거북이는 자기의 등에서 자라고 있는 삼목종자 때문에 괴롭다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면서 숲 속의 동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공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인간과 자연은 어떤 관계인지, 진정한 친구는 어떤 존재인지를 엉뚱한 질문과 상상력을 통해 보여준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동화작가인 저자가 1991년에 처음 출간한 후 매년 1권씩 8년에 걸쳐 완성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만큼 그의 인생관과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동물들의 생김새나 특징, 자연 생태에 대한 지식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작가는 우연히 도감에서 본 뾰족쥐의 모습에 마음이 끌려 85년부터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일본 북쪽의 아오모리와 아키다부터 남쪽 지방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찾아 다니며 자연을 관찰하고 목탄으로 그린 세밀화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반영하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함으로써 읽는 맛도 더해준다. 일본에서 50만부 이상 팔렸다. 수시로 튀어나오는 낯선 동식물의 이름과 그들의 생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동식물도감과 같이 보면 좋을 듯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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