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받치는 것은 국민이다. 더 좁혀 말해 정치가 어루만져야 할 대상은 그 중에서도 서민이다. 엊그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한 택시기사가 쏟아 낸 거침없는 말들(본보 26일자 1면)에서 이 새삼스러운 원리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대표로 선출된 지 이틀째 아침 당사로 가기 위해 탄 택시에서 박 대표는 꾸밈없는 서민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탄핵이 정당하냐, 부당하냐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나라가 분열 지경에 처한 시점에 진정으로 새겨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서민의 절규였다.그는 "국민이 탄핵을 싫어해서 이 난리를 피우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빚어낸 끔찍한 혼란을 못 견디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촛불시위에 몇 만명 모인다고 하지만 그게 진짜 민심도 아니다"고도 했다. 탄핵의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박 대표에게 "잘 모르시나 본데‥"라고 면박을 주며 토한 말들이다. 갇힌 틀 속에서 벌어지는 정치 싸움을 얼마나 공허하게 만드는 일갈인가.
그는 야당의 대통령탄핵을 지지하지 않지만, 야당을 비난하는 소란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박 대표가 가리킨 천막당사에 대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당사 가지고 쇼하는 것을 국민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이벤트나 제스처의 정치 이면을 꿰뚫고 있다. 이런 시민이야 말로 현명한 유권자의 전형이다. 또 먹고 살기에 고달픈, 전형적인 이 시대 생활인이다.
무리지어 증오하고 헐뜯는 데 익숙한 사람들, 특히 정치권이 가장 귀담아 듣고 두려워 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이런 시민들이라는 점을 그 택시기사는 상기시키고 있다. 소위 탄핵 역풍이라는 '뜻밖의' 민심도 이런 본질을 외면한 '닫힌 정치'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여야와 대통령, 탄핵정국을 초래한 모든 당사자들이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대목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