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내년 4월 재선거는 소(小)총선이 될 겁니다."대통령 탄핵사태로 과열되고 있는 선거운동 양상과 강화된 선거법 및 신고포상제 등으로 선거범죄 적발건수가 공식선거운동기간에 들어서기도 전에 사상최대 규모로 폭증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17대 총선은 무더기 당선 무효 등 최악의 선거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선관위는 26일 올들어 적발된 선거법 위반사례가 25일 현재 2,0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사직당국의 수사가 뒤따를 고발·수사의뢰만 벌써 300건(24%)을 넘어서 선거 후 당선무효가 쏟아져 나올 판이다. 더욱이 법원은 늑장 재판이라는 비판을 막기 위해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 있는 궐석재판제도를 도입한 상태여서 '내년 4월 소총선'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 적발건수는 선관위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이 끝난 후 17대 총선과 관련해 25일까지 적발된 건수는 모두 3,899건, 이중 2,086건이 올들어 적발된 것이다. 하루 평균 24건씩 걸려든 셈이다. 이는 16대 총선의 유사기간 동안 700여건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앙선관위는 2,086건중 189건을 고발하고 116건을 수사의뢰하는 한편 893건에 대해선 경고조치했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이 593건(28.4%)로 가장 많고,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자민련 의 순이었고, 유형별로는 인쇄물·간행물 불법배부가 786건(39%)로 가장 많고, 금품·음식물·교통편의제공 346건(17.2%)이 뒤를 이었다.
선거범죄 적발의 1등 공신은 당연히 신고포상금제다. 신고하면 받은 금품의 50배(최고 5,000만원)까지 주는 포상제는 1만원도 안되는 음식제공도 신고된다. 선관위측은 "과거엔 관대하게 넘어갔던 사소한 것들도 이제는 모두 유권자의 신고망에 걸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상금제의 위력은 현금수수를 잡아내는 것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의 한 직원은 "과거 은밀한 돈 거래의 온상이었던 '사랑방좌담회' 등이 아예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선관위가 지급한 포상금은 1억원을 넘어섰다.
선거법 개정은 사실 대량 당선무효사태를 이미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후보자의 가족이 300만원 이상 벌금을 받게 되면 당선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김호열(金弧烈) 선거관리실장은 "선거법 위반신고가 폭증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출마자들이 과거와 같은 선거방식을 고집한다면 당선무효가 크게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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