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리테어 지음·강남규 옮김 참솔 발행·2만4,000원
"돈은 '위대한 어머니'의 원형을 지니고 있다. 돈이 탄생했을 때 어머니의 신화가 만발했다. 돈으로 쓰인 가축은 풍요와 다산의 원형인 여성과 밀접하며, 원시 화폐로 쓰인 조가비도 여성의 성기, 나아가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뜻한다. 심지어 '머니'(money)의 어원은 로마 신화의 여신 유노의 별칭 모네타(Moneta)에서 유래한 것이다."
상상력 풍부한 인문학자의 얘기일 듯 하지만 '비즈니스 위크'에서 세계 최고의 머니 트레이더로 선정되기도 했던 금융전문가인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심리학자 칼 융의 '원형(原型·archetype)' 개념을 바탕으로 돈이 지닌 깊은 상징성과 여성성을 조명하고 있다.
한 사회가 위대한 어머니인 돈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화폐 시스템이 바뀌었다는 주장은 놀랍다. 위대한 어머니를 억압하는 사회는 탐욕과 빈곤에 대한 두려움을 과장하고 조장하는 억압적인 화폐 시스템이 구축되며,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선 높은 수준의 복지와 부를 향유했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적 화폐시스템이라는 양(陽)의 화폐시스템과 더불어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관리하는 음(陰)의 화폐 시스템(또는 대안화폐)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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