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고흥반도에는 여러 부속섬이 있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고즈넉하다. 그냥 놔뒀더라면 평범한 자연의 섬으로 남았을 것이다.하지만 보석이 언제까지나 가려져있을 수는 없는 법. 이 섬들이 어느 날 세상으로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고흥반도 남동쪽의 나로도와 남서쪽의 소록도이다. 나로도는 국내 최초의 우주센터가 세워지는 곳으로, 소록도는 오래전부터 한센병 환자의 치료기관이 있는 곳으로 이름을 알렸다. 수도권에서 보면 먼 길이지만 섬의 정취에 취하며 익어가는 봄의 온기를 느끼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그곳에는 벌써 여름의 향기까지 난다.
준비
2박을 모두 고흥읍에서 해결하는 것이 편하다. 소록도에는 숙박시설이 없고, 나로도에도 서너군데 뿐이다. 비수기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섬밤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나로도에 여장을 풀 수도 있다. 동백장여관(061-835-0100) 프라자모텔(833-6599) 진보각(833-6415)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포구와 해수욕장 인근의 대부분 민가에서 민박을 친다. 나로도수협 지도과(833-8105)에 문의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고흥읍에는 백림장(834-2277) 청명여관(832-2161) 귀빈장여관(835-3057) 성봉장(834-1313) 등 20여 개의 장급 여관이 있다. 소록도의 입구인 도양읍 봉암리(일명 녹동항)에도 여관이 많다. 호수장(842-2633) 산호장(842-2732) 로얄장(832-3825) 등이 있다.
출발(금요일 오후 6시)
수도권을 기준으로 6시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다. 저녁식사는 미리 해결하거나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해야 한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광주를 지나 순천쪽으로 향한다. 주암IC에서 빠져나와 27번 국도(15번 국도와 고흥읍까지 같은 길임)를 타고 벌교를 지나, 고흥반도에 들어서 계속 남하하면 고흥읍에 닿는다. 고흥읍에서 27번 국도와 15번 국도가 나뉘어진다. 27번 국도로 서진하면 소록도, 15번 국도로 동진하면 나로도에 들어간다.
나로도 여행(토요일 오전 5시30분)
나로도는 내나로도(동일면)와 외나로도(봉래면)로 이루어져 있다. 외나로도는 일제시대부터 유명한 삼치항이었다. 과거 삼치 파시가 열리면 남해안의 어선이 모두(?)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래서 항구가 섬의 덩치에 걸맞지 않게 크다. 이제 삼치의 어획량이 급감해 과거와 같은 영화는 없지만 항구의 시설은 그대로 남아있다.
큰 항구를 가졌던 외나로도는 육지와 가까운 내나로도보다 경제적으로 번창해 주민들의 자존심이 하지만 1994년 육지와 내나로도를 잇는 연육교(나로 제1대교)가 생기면서 형세가 역전됐다. 내나로도는 육지가 된 반면 외나로도는 여전히 섬이었기 때문.
반면 이듬해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잇는 연도교(나로 제2대교)가 생기면서 이제는 모두 육지와 연결됐다. 게다가 외나로도 예내리 하반마을에 우주센터(2003년 착공, 2005년 1단계 완성)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외나로도의 꿈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침 일찍 서두르는 이유는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나로도의 동쪽과 남쪽 해안은 일출의 명소이다. 남쪽의 가장 끝 섬 격이기 때문에 수평선에 섬이 보이지 않는다. 물 위로 거침없이 떠오르는 장쾌한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을 본 후 아침식사를 한다. 외나로도 신금항에 식당가가 있다. 고흥의 매력적인 먹거리는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리는 해산물이다. 특히 녹조류의 하나인 매생이와 굴을 함께 끓인 매생이국이 고흥의 별미로 꼽힌다. 국물맛이 시원해 아침식사로 그만이다.
나로도 여행법은 크게 두 가지. 봉래산에 올라 다도해를 조망하는 것과 해안의 해수욕장을 돌며 봄바다의 정취에 빠지는 것이다. 봉래산은 해발 410m로 그리 높지 않다. 정상 부근의 하늘을 찌를 듯한 편백나무숲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무선국에서 시작,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무선국으로 내려오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3~4시간.
내ㆍ외나로도에는 봉래, 나로도, 덕흥해수욕장 등이 있다. 완만한 수심과 백사장의 송림이 아름다운 해변들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어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다.
소록도 여행(오후 1시)
다시 고흥읍으로 들어간다. 읍에서 27번 국도를 이용해 약 15㎞를 가면 녹동이다. 소록도는 녹동에서 600㎙ 떨어져 있다. 항구에서 빤히 보인다. 1916년 소록도 자혜의원이 시초였다. 지금은 국립소록도병원이 있고 1,000명이 채 안되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배가 왕복한다.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지만 소록도 내의 관람은 도보만 허용된다. 녹동의 주차시설에 차를 놓고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 1936년부터 3년4개월간 환자들이 조성한 중앙공원, 환자들을 가두었던 감금실, 사망한 이들을 부검했던 검시실 등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중앙공원이 있는 소록도병원까지의 길이 아름답다. 봄바람을 맞으며 산보하듯 걸으면 된다.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0830-5224.
고흥 주변 여행 후 집으로(일요일 오전 8시)
고흥에는 볼 것이 많다. 천등산의 금탑사(061-832-5888)는 신라 선덕여왕 6년(637년)에 원효대사가 지은 유서깊은 절이다. 극락전, 산신각, 범종각 등 절집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절 주위의 울창한 비자림(천연기념물 제 239호)이 장관이다. 거친 바위산인 팔영산에 자리한 능가사(832-8090)의 대웅전은 보물 제 1307호로 지정된 절집. 고색창연한 단청이 절의 역사를 말해준다.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 순천시 벌교읍이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마을에 있다. 관광자원으로 복원해 잘 관리하고 있다. 순천의 송광사와 선암사, 낙안읍성민속마을도 들러야하나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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