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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체니 친구 대법관 재판전 동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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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체니 친구 대법관 재판전 동행 논란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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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토닌 스칼리아 미 연방 대법관이 1월 초 친구 딕 체니 부통령과 루이지애나의 늪지대로 오리사냥을 갔던 것은 대법원이 체니의 상고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한 지 3주가 지난 무렵이었다.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주 개표 소송에서 친구의 손을 들어주었던 스칼리아는 아들 사위 와 부통령 전용기에 동승, 사냥 캠프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3일을 보냈다.

포드 대통령 시절부터 우정을 키워온 워싱턴 이너서클의 은밀한 휴가 소식은 지역 신문의 보도로 처음 알려지면서 법관의 윤리 시비에 불을 지폈다.

체니와 석유 개발업자의 유착 의혹을 제기해온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법관 기피 신청을 냄으로써 그를 압박했다.

그러나 스칼리아는 18일 심리 회피를 거부하면서 메모를 발표, 시에라 클럽의 이해충돌 주장을 일축했다. 사냥터에 머무는 동안 사건 얘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사적 교제로 재판이 제약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반박이다.

그는 "기피사유에 해당하는 유일한 문제는 체니와의 우정이지만 많은 판사들이 그 직에 임명된 것도 애초 대통령이나 고위 관리를 친구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항기의 왕복 티켓을 끊었고 돌아올 때는 그 티켓을 썼기 때문에 한 차례'에어포스 2'의 빈 자리를 채운 것으로 한 푼의 이익이 없었다는 독설도 보탰다. 스칼리아는 오히려 "대법관을 그렇게 싼 값에 매수할 수 있다면 그 나라는 생각보다 더 큰 문제에 빠져 있다"고 항변했다.

21쪽에 이르는 대법관의 당당한 석명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시에라 클럽측은 "비밀주의가 공적 신뢰를 잠식하는 빛나는 예시"라고 공격했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상응하는 대가를 뜻하는 'Qiud Pro Quo'의 Quo 대신 오리의 소리 '꽥(quack)'을 붙여 그의 강변을 조롱하기도 했다. 미 법관의 사적 관계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탄핵 여부를 심판할 우리의 헌법재판소를 떠올려 본다. 정당의 추천을 받은 재판관들은 자신의 정치적 배경과 헌법적 판단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김 승 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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