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새 비디오/마스터 앤드 커맨더:위대한 정복자리더십이라는 게 뭘까. 강력한 카리스마로 목표를 향해 밀어붙이는 것? 아니면 토론과 양보로 대다수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 피터 위어 감독의 2003년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The Far Side Of The World)는 이에 대해 아주 단호하게 ‘뚝심의 리더십’을 선택한 영화다. 그것도 현명한 판단력과 감칠 맛 나는 유머까지 갖춘 그런 리더십을.
때는 나폴레옹이 유럽을 장악한 1806년. 선원 197명을 태운 영국 군함 서프라이즈호는 해군본부로부터 프랑스 군함 아케론호를 침몰시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서프라이즈호는 오히려 아케론호로부터 기습을 받는다. 잭 오브리(러셀 크로우) 함장은 이때부터 “서프라이즈호는 영국이다. 영국을 구하자”라며 아케론호를 맹렬히 뒤쫓고, 그의 리더십은 역경에서 더욱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잭의 리더십이 빛난다’는 것은 피터 위어 감독만의 생각이다. 영화는 초반에는 200년 전 군함과 해상 전투를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 액션 어드벤처 전쟁물이었다가, 중반 부터 갑자기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탐구하는 드라마로 변신한다. 잭의 막무가내식 리더십에 염증을 느낀 함선 의사 스티븐(폴 베타니)의 좌절과 어린 생도들의 연이은 희생…. 관객들이 이들 ‘반(反) 잭 세력’에 공감을 느낄 무렵, 감독은 느닷없이 “잭이 옳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무슨 근거로? 영화 속 잭은 언제나 옳은, 전지전능한 리더이므로. 12세 이상.
꿩 대신 닭/ 크림슨 타이드 - 그를 따르지 말라, 그래야 산다
깊은 바닷속, 미국의 핵탄두 잠수함 한 척이 러시아를 향해 순항 중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옛 소련 강경파 군부에게 여차하면 핵 선제공격을 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핵미사일 기지 근해에 접근했을 때, 잠수함은 어뢰공격을 받고 해군본부는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단계적으로 내린다. 그러나 최종 발사명령을 앞두고 갑자기 통신장비가 고장이 나고 만다. 과연 어떤 명령이 내려졌을까.
‘크림슨 타이드’가 1995년 개봉했을 때, 이 영화는 미국인 특유의 과장된 범(凡) 인류애를 다룬 작품으로 비춰졌다. 최종명령이 핵미사일 발사 명령일 것으로 확신한 함장(진 해크먼)과 확실치 않은 판단으로 3차 대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믿는 부함장(덴젤 워싱턴)의 대결. 토니 스코트 감독은 결국 부함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반전과 인류애의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와 비교하면 ‘크림슨…’은 또 다른 리더십에 관한 영화다. ‘마스터…’가 무(無)오류의 리더십을 일방적으로 찬양했다면, ‘크림슨…’은 리더십이 잘못 발휘됐을 경우의 위험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마스터…’의 잭 함장은 ‘크림슨…’의 램지 함장으로 환생했지만, 본능과 직관에 기초한 그의 리더십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 개인의 리더십에만 의존하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바뀐 게 아닐까. 원제 ‘Crimson Tide(진홍색 조류)’는 일급 위기상황을 뜻하는 미해군 전문용어. 15세 이상.
/김관명기자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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