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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탄핵사태가 놀라울 뿐인 "안정지향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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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탄핵사태가 놀라울 뿐인 "안정지향 일본인"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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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일본 지상파 방송과 신문들은 '한국 국회, 대통령 탄핵 가결'을 정치면 톱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평소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던 지인들도 내게 탄핵에 대해 많이 물어 왔다.일본인들이 주로 하는 질문은 탄핵 사유와 그 정당성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흥분 잘하는 한국인의 국민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은 특히 텔레비전이라는 영상매체를 통해 탄핵 보도를 접한 사람들의 경우 두드러졌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드러눕고 울고 불고 싸우는 정치인들의 모습만 보면 그저 아수라장 정도로밖에 보여지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자극적인 장면을 여러 채널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한국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정치 후진국인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물론 TV 외신 뉴스 자체가 지닌 한계로 인해 탄핵 가결의 배경이나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심층적 분석 보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간대별 뉴스에 나오는 모국의 혼란 상황이 한국의 정치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 영화가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도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한국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 대중문화를 많이 접해 본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고 밝고 긍정적이며 로맨틱한 한국인의 모습에 부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탄핵 가결 장면은 한국 대중문화 팬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던 듯하다. 음식과 쇼핑, 영화 같은 대중문화에만 관심을 두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한국인에 비해 정치에 무관심하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한 정당이 연립내각 형태이기는 하지만 계속 정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변화하기도 힘들고 또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생각이 주류다. 일본인들은 변화와 개혁이 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혼란에 대해 두려워하고, 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가능한 한 지금까지 지켜온 틀 안에서 점진적으로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를 바란다.

안정을 지향하는 일본인들의 눈에 한국의 탄핵 정국은 국론 분열과 불필요한 국력 낭비로 비쳐지는 것 같다. 일본인들에게 정치 현안에 대한 한국민의 적극적인 의사 표출과 직접적인 정치 참여의 모습이 언젠가 단순한 호기심 내지 놀라움이 아닌, 한국을 이해하는 또 다른 하나의 측면으로 비쳐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 상 미 일본 /도쿄대 박사과정·'한국N세대 백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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