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주요 정당이 눈앞의 표를 의식한 장밋빛 공약을 남발해 선거후 '공약(空約)'이 양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25일 서비스를 시작한 '정당정책비교사이트'(epol.nec.go.kr)상의 각 당 주요 정책과 공약을 보면 대부분 구체성이 떨어지는데다 소요비용이나 예산확보는 물론 현실적 여건마저도 고려하지 않은 선심 공약들이 수두룩하다. 이들 공약은 특히 실업이나 주택문제 등 유권자가 체감하는 생활분야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어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군복무기간은 봉인가
한눈에 봐도 실현성이 떨어져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는 국방분야. 한나라당은 현재 월평균 3만5,000원인 사병봉급을 20만원으로 지금보다 5.7배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예비군 훈련수당도 1일 3만원으로 신설하고, 예비군 동원훈련을 2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도 현재 24개월인 군복무기간을 21개월로 줄이고 안보환경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18개월까지 조정할 것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도 군복무기간을 22개월로 단축하고 연차적으로 더 줄일 것을 제안했다.
엄청난 예산은 어떻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산확보 방안이 없어 고개가 갸웃해지는 공약들도 많다. 일부는 이미 정부가 공개한 내용으로 발표 당시에도 예산확보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이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5년간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고, 재래시장활성화를 위해서도 5년간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제시했다. 민주당은 임대주택 250만호 건설, 노인 일자리 50만개 창출, 이공계 대학생 등록금 전액 면제 등을 내세웠다. 열린우리당은 매년 50만호 주택공급, 2012년까지 13조원을 들여 장기임대주택 150만호 건설, 430개 노후불량주택 개량에 2조원 지원을 내놓았다. 또 농어촌 고교생 교육비를 전액지원하고 재해복구비 정부보조율을 농경지 100%, 농림시설 50%로 인상할 것을 약속했다.
이밖에 한나라당의 대학 형사법학자에 대한 변호인자격 부여 2008년부터 대학전형을 대학에 완전 일임하는 대학입시자율화 정책 등도 현실 여건에 동떨어지는 공약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들이 제시한 공약내용을 보면 구체성이 떨어져 실현가능성이 의심되는 공약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유권자로 하여금 정책을 근거로 지지정당을 선택하는 정책선거를 치르는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선관위의 '정당 정책 비교 사이트'는 이번 총선부터 지역구 후보와 지지정당을 동시에 투표하는 1인2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유권자의 정책비교를 통한 지지정당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개설됐다. 사이트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11개 정당의 중앙당 정책공약과 10대 핵심공약, 16개 시·도별 공약, 후보자별 공약 등이 올려져 있다. 중앙당 정책공약의 경우 한국정책학회에 의뢰해 17개 분야 85개 문항을 마련, 각 당의 입장과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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