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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3>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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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3>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상연구실장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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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997년 교토(京都) 의정서의 체결로 이산화탄소(CO2)를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탄력이 붙는 듯했지만 미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데다 중국, 인도 등이 국제적 틀에서 빠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논란과 함께 이산화탄소 감축이 해결책이라는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권원태(權 台·49) 기상연구실장을 만나 지구 온난화 문제를 살펴 보았다.1955년 서울·49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미 일리노이대 대기과학 석사, 미 텍사스 A&M대 기상학 박사 서울 천호중 교사 기상연구소 위촉연구원, 기상연구관, 수문기상연구실장 역서 '엘니뇨와 라니냐'(공역)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이산화탄소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근거는.

"기후 현상은 물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 왜 이런 기온인가다. 지구의 에너지원은 태양이며 지표의 태양에너지 흡수율이 온도를 결정한다. 대기가 없다면 지구 평균 기온은 영하 18도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5도 정도다.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이 지표에 닿으면 일부는 흡수되고 나머지는 반사되는데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등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적외선을 흡수해 사방으로 재방출하고, 당연히 지표면에도 당도한다. 그것이 온실효과다. 과거의 지구기온 변화를 조사해 보면 온실가스 농도가 높았을 때 기온이 높았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온실가스의 역할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

―지구 기온은 끊임없이 변해 왔고, 약 1만년 전 현재의 간빙기가 시작될 때는 지금보다 따뜻했다. 지난 1,500년 동안 자연적 기온변동이 5∼8도에 이르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재의 지구 온난화도 이런 자연적 기온 변화의 결과 아닌가.

"현재의 간빙기가 시작될 당시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으로 빙하시대보다 30% 정도 높았고 기온은 5∼6도 상승했다. 그 후 거의 변화가 없다가 산업혁명 이후 100년 이상이 흐르면서 그것이 다시 30% 정도 늘어난 370ppm에 이르렀다. 그 결과 평균 기온은 0.6도 높아졌다. 이산화탄소 증가의 영향이 아직 충분히 기후에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 100여년 사이 지구 공전주기 변화를 비롯한 자연적 기후 변동 요인의 영향력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물론 기후 시스템은 대단히 복잡해서 100%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른바 중세 온난기 당시 유럽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1도 정도 높지 않았느냐.

"우리의 고려 시대에 유럽에 그런 온난기가 있었다. 그러나 유럽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어서 현재와 같은 전지구적 온난화라고 보기 어렵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빙산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말을 듣는데 떠 있는 얼음이 녹는다고 수위가 변할 리는 없지 않은가.

"물론이다. 북극해의 빙산이 아니라 그린랜드나 남극대륙의 빙하가 녹는다면 그렇게 된다는 얘기가 와전된 것이다. 그린랜드나 남극의 빙하 질량이 줄었다, 줄지 않았다는 논쟁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해수면 상승은 주로 기온 상승에 따른 바닷물의 열팽창에 의한 것이다."

―먼지 등 냉각효과를 가진 미세입자가 늘고 있는데 온실효과를 감쇄하는 것 아니냐.

"미국에서 대기 중의 고체·액체 부유 미립자인 에어로솔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를 상쇄할 만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에어로솔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와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다."

―앞으로 어느 정도의 기온 상승을 예상하는가.

"210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비교적 높은 820ppm으로 잡을 때(A2 모델)는 평균 4.6도, 비교적 낮은 610ppm으로 잡을 경우(B2 모델)에는 3.6도가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에어로솔의 영향은 배제한 결과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A2, B2 모델보다 낮은 완만한 기온 상승이 예상되는데….

"100년에 2도가 상승한다고 해도 결코 완만하다고 할 수 없다. 그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영향이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으며 날이 갈수록 기온 상승이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려되는 온난화의 직접적인 결과는.

"우선 대기의 에너지가 커져 기후변동이 격렬해진다. 증발량이 늘어나 강수량이 늘고, 집중 호우 등 강수 패턴도 복잡하게 변화해 예보와 대응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겨울과 여름의 비를 비교해 보면 알기 쉽다. 겨울철에는 어느 정도 이상의 비는 내리기 어렵지만 여름에는 많이 올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하루에 870㎜나 온다. 한편으로 실제 강수량 증가는 온도 증가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국지적 건조화, 사막화 우려도 크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포화 수증기량은 7% 정도 늘어나 비가 그만큼 더 와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비슷한가.

"동아시아는 육지가 많고, 북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구 평균보다 기온 상승폭이 크다. A2 모델에서는 앞으로 100년 후 6.5도, B2 모델에서는 4.5도 기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 정도면 심각한 호우와 가뭄의 반복이 우려된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 식물의 생육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식물에는 북방한계선과 마찬가지로 남방한계선이 있다. 그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바다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대한 국지적 시뮬레이션의 결과 건조 지역으로 떨어지는 지역이 여럿 나왔다. 집중 호우에 덧붙여 태풍이 강해짐에 따른 바람 피해만도 클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기후 변화를 줄일 수 있다는 확률적 예상치가 있다. 그럴 수 있다면 무엇보다 좋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의 경제 개발, 미국의 태도 등으로 보아 기후변화는 피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인가.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온 상승에 대비한 신품종 개발로 농업생산력을 높이고, 물 이용 효율을 끌어 올리는 등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기만 하면 남보다 그만큼 앞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뭄이나 홍수 예측 등은 기상학자들이 할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 쪽 전문가들의 영향 평가와 대응책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최소한 우리나라를 도시, 산악, 평야, 해안 등 4지역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국책 연구기관만으로라도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기후 변화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해야 한다."

황영식 편집위원 /yshwang@hk.co.kr

CO₂ 보다 무서운 메탄가스

온실가스 가운데 이산화탄소에 이어 그 영향이 우려되는 것이 생물이 썩을 때 나오는 메탄(CH4) 가스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온실효과의 60%는 이산화탄소, 20%는 메탄가스에 의한 것이다. 현재 지구 대기 중 메탄가스의 평균 농도는 1.7ppm으로 이산화탄소(355ppm)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 소량으로 그 정도의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연간 농도 증가율이 이산화탄소(0.4%)의 두 배가 넘은 0.9%에 이른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빙하나 바다 아래 묻혀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의 기화가 급격한 온실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메탄과 물이 높은 압력에 의해 얼어붙어 있는 고체로 이산화탄소의 고체 상태인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다. 녹으면 에너지로 쓸 수 있는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지구에는 천연가스로 환산할 때 250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 묻혀 있다. 2001년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앞바다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 함유율이 20%나 되는 해저 지층이 확인되면서 에너지 자원으로 개발하려는 연해국들의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빙하나 바닷물의 압력에 의해 고체 상태로 고정돼 있으나 해저 화산폭발 등 예외적인 경우 기화해서 메탄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한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의 무게가 줄거나 바닷물의 비중이 떨어져 메탄하이드레이트층에 미치는 압력이 줄면 그만큼 기화 가능성이 커진다. 그 결과 대량의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면 그에 따른 급격한 온난화가 다시 메탄하이드레이트의 기화를 촉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로 사용하더라도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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