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야당을 탈당한 단체장과 현역 의원들의 입당 문제를 놓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 뒷말이 무성하다. 탈당자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입당을 선언했지만 막상 당 지도부는 "중앙당과 상의가 없었다" "적격성을 심사하겠다"며 꽁무니를 빼고 있는 것. "양지를 좇는 탈당자들도 문제지만 은밀히 영입 작업을 해 놓고서도 '신(新)철새 도래지'라는 비난을 살까 봐 입당 희망자들만 바보로 만드는 우리당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15, 18일 각각 민주당을 탈당한 박태영 전남지사와 우근민 제주지사는 24일 현재까지 입당 허가를 받지 못한 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우리당이 정체성과 적격성 여부를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입당 허용을 미루고 있기 때문. 우 지사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저쪽(우리당)에서 오라고 했으니 언젠가 연락이 올 것"이라며 우리당 지도부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 지사 역시 전남도의회가 '사퇴촉구 권고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곤경에 빠졌다. 그러나 우리당 천정배 클린선거위원장은 24일 "입당심사위를 만들어 결정하겠다"고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23일 입당을 선언한 박승국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도 우리당 대구시지부는 입당원서까지 받았으나 중앙당은 "심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강철 전 대통령 특보는 "심사는 무슨 심사냐. 우리가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중앙당은 몰랐다. 신중하게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뒤에서 영입작업을 해 놓고 여론의 비난을 우려, 중앙당이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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