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4일 추미애 의원이 선대위원장직을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혀오자 당혹감과 함께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소강 국면에 들어섰던 당 지도부와 소장파간 내홍도 한층 격화돼 재분당 위기로 치달을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탈당을 시사하고 수도권 공천 후보들은 공천 반납에 나설 움직임이다. 추 의원은 선대위원장 배제 방침이 확정되자 "당 지도부는 천심도 잃고 민심도 잃었다"고 비난한 뒤 "당 안팎의 평화민주세력의 대동단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추 의원이 탈당과 분당, 신당 창당까지 시사하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소장파들은 25일 오전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들이 '공천 반납, 불출마' 선언으로 배수진을 치고 세력화에 나설 경우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당 내부에선 대부분이 당권파와 추 의원이 조금씩 양보, 막판에 추 의원이 전격 수락할 것으로 낙관했으나 예상 밖의 소식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 지도부는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든지 아니면 당 운영에 대해선 왈가왈부 하지 말고 정말로 백의종군, 지역구 선거 운동에 전념하라"고 추 의원에게 압박성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으나 막상 추 의원이 거절하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추 의원 및 소장파와의 명분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당권파들이 이날 "조 대표 퇴진 요구는 탄핵 철회 요구와 다름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를 추 의원도 잘 알면서 제기했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권파는 이날 밤 상임중앙위원회를 열어 추 선대위원장 카드를 포기하고 조 대표를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추 의원의 거절 배경에는 '침몰하는 배의 선장을 맡아 뒤치다꺼리를 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불과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대위원장을 맡더라도 어차피 여론 반전이 쉽지 않은데 선거 패배의 책임만 떠안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추 의원의 거부 소식이 알려지자 중재와 설득에 나섰던 소장파들도 당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자포자기속에 '공멸' 위기감이 한층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부 소장파 의원은 "50년 전통의 민주당이 무너지느냐 마느냐의 절체절명의 위기다"는 말로 심각성을 전했다. 또 "이대론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총선 회의론'이 확산될 조짐도 나타난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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