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존슨의 베스트셀러 '선물(중앙M& B 발행)'의 원제 'The Present'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절묘하게 담겨있다. 'present'는 '현재'와 '선물'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진 단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에게나 살고있는 '현재'가 가장 좋은 '선물'이라는 것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인 존슨은 주인공이 좌절과 실의에 빠질 때마다 조언을 받았던 지혜로운 노인의 입을 빌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노인의 충고는 이렇다. "과거에 집착말고 지금 일어나는 것에 집중하라. 과거에서는 소중한 교훈을 얻어라. 그리고 멋진 미래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라."골프에서도 이 충고는 가감 없이 적용할 수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불편한 동반자, 과다한 중압감과 기대심리, 나쁜 기억 등은 미스샷의 원인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반성'은 바람직하지만 '후회'는 또 다른 화를 자초한다. 모든 것을 잊고 다음 홀에서 볼을 멋지게 홀에 꽂아 넣는 장면을 그려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이다.
이달 1일 끝난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36홀 경기)에서 타이거 우즈와 맞붙은 데이비스 러브3세. 그는 불쾌한 '기억' 때문에 수십만 달러의 '선물'을 놓쳤다. 우즈와의 매치플레이 전적에서 2전2패라는 '슬픈 과거'와 우즈에 대한 공포증은 있었지만 이날 만큼은 러브3세는 우즈를 19번째 홀까지 1홀차로 차분하게 리드했다. 하지만 악재가 나타났다. 파 퍼트를 놓친 20번째 홀에서 한 갤러리가 '노 러브(No Love·러브3세는 안돼)'라고 야유했다. 화가 난 러브3세는 경기를 중단하고 '악한'을 기어코 찾아내 쫓아냈다. 그러나 이후 한 홀도 따내지 못한 채 우즈에게 우승컵을 상납했다.
과도한 기대도 금물이다. 전반 5∼6홀까지 파행진을 하던 한 아마추어골퍼. "오늘은 일을 내겠다"는 기대를 하는 순간 샷은 무너져 버린다. 22일 끝난 베이힐인비테이셔널에서 우즈는 '대회 5연패'라는 사상 초유의 대기록에 대한 기대 때문에 샷을 망쳤다. 기록에 대한 집착, 언론과 갤러리의 과다한 관심이 그를 압박한 결과다. 하지만 우즈는 역시 스타로서의 대범한 자질을 보였다. "마스터스(4월) 우승은 대회 5연패 이상 큰 성과가 될 것이다." 그는 이미 아픈 과거가 미래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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