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설의 몸짓을 보라/머스 커닝햄 무용단 내달 15∼17일 내한 테크놀로지와 춤의 만남등 최신작 공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설의 몸짓을 보라/머스 커닝햄 무용단 내달 15∼17일 내한 테크놀로지와 춤의 만남등 최신작 공연

입력
2004.03.25 00:00
0 0

'현대무용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미국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이 서울에서 4월 16일 만 84세 생일을 맞게 됐다. 자신의 무용단을 끌고 와서 4월 15∼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984년 첫 내한 이후 20년 만이자, 그의 나이로 보아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 방문이다.커닝햄은 무용 역사상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고 실천한 혁명가다. 무용은 어떤 줄거리나 감정,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통념을 완전히 버렸다. 그에게 '몸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모든 움직임은 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모든 소리는 음악'이라고 보았던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1912∼1992)의 철학과 통하는 것이다. 현대 전위예술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존 케이지의 작품에 '4분 33초'가 있다. 연주자는 4분 33초 동안 아무 연주도 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들리는, 소음과 침묵을 포함한 온갖 소리가 곧 음악이고 작품이다.

두 사람은 케이지가 죽을 때까지 50년 간 공동작업을 하면서 전위예술의 최전선을 내달렸다. 케이지 뿐 아니라 로버트 라우셴버그, 재스퍼 존스, 앤디 워홀, 백남준 등 전후 아방가르드 예술의 거인들이 그의 작품에 참여했다. 80 고령을 훌쩍 넘긴 지금도 커닝햄은 계속 신작을 발표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의 안무 철학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우연성'이다. 그의 춤에는 미리 정해진 틀이 없다. 몇 개의 장면을 만들어놓기는 하지만 실제 공연이 어떤 형태를 띨 것이냐는 우연이 결정한다. 동작의 연결 순서나 움직임의 방향, 무용수의 숫자, 무대 공간의 사용 방식 등 춤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곤 한다. 따라서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다를 수 밖에 없다.

전통적인 무용의 '우상 파괴자' 답게 음악과 공간의 사용방식도 대단히 독특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안무하는 게 아니라 공연 당일 무대에서 혹은 드레스 리허설에서 처음으로 음악을 만난다. 음악과 춤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춤 추는 공간으로 무대 중앙을 중시하거나 관객을 바라보고 춤 춘다는 개념도 버렸다. 무대 어디서나 춤을 추고, 관객은 자유롭게 눈길 닿는 대로 보면 그만이다.

머스 커닝햄 무용단은 서울에서 'Biped'(두발 동물, 1999년 초연), 'Split Sides'(쪼개진 단면, 2003년 초연)을 공연한다. 그야말로 현대 무용의 최전선을 지켜온 거인의 최신작을 만날 기회다. 'Biped'는 '모션 캡쳐'라고 불리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가상의 무용수가 무대 위의 실제 무용수와 함께 공연함으로써 첨단 테크놀로지와 춤의 만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커닝햄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안무를 하는 등 항상 첨단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고, 그에 따른 멀티미디어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반면 'Split Sides'는 커닝햄이 애용하는 우연성이 지배하는 걸작이다. 머스 커닝햄 무용단의 창단 50주년 기념작인 이 작품은 안무와 음악, 조명, 의상, 무대장치가 각각 두 부분으로 나뉘며 어느 쪽을 선택해서 구성하느냐는 주사위 던지기에 달렸다. 따라서 총 32가지의 각각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오늘날 가장 실험적인 록 밴드로 꼽히는 영국의 라디오헤드와 아이슬란드의 시규어 로스가 음악을 만들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