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4일 고심 끝에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당초 헌재 출석을 긍정 검토하던 노 대통령이 변호인단의 불출석 건의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나름의 원칙과 정치 현실을 모두 고려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측은 우선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소추위원측과의 정치공방이 격화하고, 이는 4 ·15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상당수 변호사들은 당초 "헌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다수 참모들은 "헌재에서의 정치공방이 총선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여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또 대통령의 위상이 손상되는 것은 후임 대통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반영됐다. 노 대통령측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탄핵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직접 출석하지 않았던 것을 사례로 들고 있다. 대리인단은 또 "대통령은 탄핵의 당사자이지만 직접 헌재에서 변론하는 것은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출석 거부권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측은 여론의 흐름을 지켜본 뒤 앞으로의 대응책을 유연하게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직접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비디오 증언이나 서면 답변으로 대신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디오 녹화로 대신 변론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변론이 정치 공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출석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유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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