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구하기 힘든 프로그램이잖습니까.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관객들 눈에 살기가 돕니다. 문천식씨가 노브레인 서바이버에서 문제 풀 때 같은 표정이죠." 김제동 특유의 '히힛' 웃음이 뒤따른다. "이 프로의 유일한 문제는 커플들이 많이 보러 와서 속이 살짝 뒤집힌다는 거죠. 특히 손 포개서 박수 치는 연인들! 저, 그런 거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심지어 관객석 돌아다니면서 잡아내는 때도 있어요. 이 세상의 모든 커플이 없어질 때까지 1인 촛불시위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김제동의 말처럼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연인들이 같이 방청하고 싶은 프로그램 1순위로 꼽힌다. 사랑, 음악, 이야기가 함께 있는 연인들의 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4월 16일 100회를 맞는다. 23일 100회 방송 녹화를 앞두고 MC 윤도현과 '리플해주세요' 코너를 진행하는 김제동이 한 자리에 앉았다. 4월 1일 40일 일정으로 영국으로 떠나는 윤도현을 고려해 100회 녹화가 서둘러 마련됐다.
윤도현은 2002년 4월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뒤를 이어 프로그램을 맡았다. "첫 방송 날 신승훈씨가 게스트로 나왔는데 MC와 게스트가 뒤바뀐 모양새였죠. 제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으면 신승훈씨가 '지금 이러 이러한 멘트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되레 가르쳐 줄 정도였어요."
첫 방송 당시 고향 대구의 행사장에서 입담을 자랑하고 있던 김제동은 5회부터 사전 MC로 러브레터에 합류했다. 김제동이 윤도현과의 친분으로 러브레터에서 '리플해주세요' 코너를 맡으면서 방송에 데뷔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도현씨에게는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지고 있죠"라고 말하는 김제동을 째려 보며 윤도현이 한 마디 던진다. "고마운 줄 알면 술도 좀 사고 그래야 할 텐데…."
무대와 관객이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러브레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프로그램 하면서 불만이 없어요. 요즘 영화 배우가 자주 나온다고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 치면 가수들도 음반 내고 홍보 하러 나오는 거잖아요. 더 큰 문제는 음악적으로 별로인 가수들이 나오는 거 아닌가요?"(윤도현)
김제동에게 이 프로그램은 "관중의 함성에 대한 금단 현상을 해소해 주는 특별한 의미"다. 당장이라도 야구장이나 수천 명 관객이 모인 야외 무대로 뛰쳐 나가고 싶은 욕구를 그나마 충족하는 시간이기에 기획사와 계약하면서도 "무조건 러브레터는 계속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리플해주세요'는 작은 코너지만, 방청객이 쉬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죠."
100회 특집에서는 김동률과 이적이 함께 무대에 서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 시절의 노래를 들려준다. 미국 유학 중인 박정현은 러브레터에 출연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러 김진표와 같이 무대를 꾸미고, 신승훈은 뮤지컬 배우 김선경과 함께 노래 한다. 영화 배우 전도연은 소설가 이외수가 선사한 '러브레터 100회 축시'를 낭독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100회 무대에는 '추적 60인분' '급제동' '루돌프가슴커' 등 재치 있는 ID로 '리플해주세요' 게시판을 재미 있게 꾸몄던 주인공 등 러브레터에 대한 특별한 인연을 간직한 이들이 초대됐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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