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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델리스파이스 "노인구국결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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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델리스파이스 "노인구국결사대"

입력
200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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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의 결단'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자주 쓰인 때도 없다.한나라당은 "국정혼란과 부정부패에 물든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구국의 결단'"이라 했다. 광화문 촛불시위에 모인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말살될 위기에 처한 시국을 되살리기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하고 구국기도회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매일같이 열리고 있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사람은 넘쳐 나는데 나라는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구국의 결단을 내린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도 4.19혁명 후 "구국의 일념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했고 신군부 세력도 12.12와 5.18 사건 후 "이는 구국의 결단"이라 했다. 전두환씨가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을 때도 '구국'을 운운했고 한 문인협회는 "구국의 결단을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나라를 구하겠다던 그 사람들의 말, 진심이 아니었음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1월 델리스파이스를 인터뷰 하면서 그들의 노래 '노인구국결사대'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JP가 했던 "국가와 이 민족을 위해 바쳤던 한 평생"이라는 발언을 듣던 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평소 서정적이고 사적인 가사의 노래를 조용조용 노래하곤 하던 이들을 자극한 것은 바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라는 말 때문이었다.

'구국'은 어느새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자동으로 역겨움을 느끼게 하는 단어가 됐다. 역사를 통해 터득한 것이다.

델리스파이스의 노래처럼 '구국의 결단'이라는 말이 담은 진실은 '탐욕'이며 '타다 남은 나무토막 꼴로 있기는 싫은'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말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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