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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총리 "제2 벤처붐 조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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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총리 "제2 벤처붐 조성을"

입력
200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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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1세대에는 창업가 정신이 있었지만, (벤처 실패를 경험한) 2세대는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걸려 있다. 2세대의 벤처 창업을 적극 지원할 정부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취임 일성으로 '기업가(起業家) 정신'을 강조했던 이헌재 부총리가 조만간 국장으로 승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파견될 신제윤 금융정책과장에게 최근 이 같은 말로 임무지시를 대신했다. '제2의 벤처붐'이 일어나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한단계 도약이 어려우니 재벌2세와 대기업들이 창업에 적극 나서도록 전경련에 가서 정부와 재계의 다리 역할을 해달라는 우회적인 주문이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사석에서도 "과거 벤처 비리가 터지면서 모든 벤처기업들이 한꺼번에 매도되고 창업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부총리가 취임 직후 강신호 전경련 회장과 만나 1970∼80년의 개발연대를 이끌어온 '창업형 기업가'에 대한 지원방침을 밝히고, 25일엔 고용창출형 창업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벤처 붐 조성을 위한 것이다. 다만, 벤처 붐에 편승한 사기꾼들과 사이비벤처 부작용 때문에 아직까지 벤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요즘은 창업이라는 단어를 대신 사용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2000년 재경부 장관시절에도 종종 미국의 골드러시에 비유하며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금맥이 발견되자 제일 먼저 달려간 사람은 사기꾼들과 창녀들이었고, 그들에게 사기 당하고 망한 사람도 많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와 도로가 생겨나고 결국 오늘날 미국 서부가 생겼다"고 했다. 벤처 역시 부작용도 있고 사기꾼들도 많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과 길이 열린다는 얘기다.

이 부총리는 당시 "벤처기업 100개 중 1개만 건져도 성공"이라며 99%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부총리가 '제2의 벤처붐'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과거 고도성장 시대의 대규모 중화학 장치산업 중심 전략으론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숙련 노동자들이 대규모 산업단지를 흡수하는 동안 우리는 아이디어와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벤처사업으로 승부를 걸어야만 경제가 지속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벤처 중심'이 우리나라의 갈 길이라는 게 이 부총리의 생각"이라며 "다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의 벤처보다는 자금력과 기술이 있는 대기업의 연관산업에 대한 창업이나 분사를 적극 장려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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