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에 여성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고, 민주당은 추미애 의원을 단독 선대위원장에 추대했다. 정당대표를 여성이 맡은 것은 1965년 민중당의 박순천 의원에 이어 39년 만이고, 원내 제1당과 2당이 여성의 지휘아래 총선을 치르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선거에 임하는 주요 3당의 대변인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여성이 기용됐다. 비례대표의원의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지고, 17대 국회에는 역대 어느 때 보다 여성의 진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부패정치 추방과 정치개혁의 돌풍이 여성 정치인의 전면등장을 가져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시작, 불법 대선자금수사를 거쳐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에 대한 국민저항으로 절정에 이른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은 낡은 정치의 청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치혐오가 가중되고 정치인에 대한 집단매도가 난무하면서, 남성위주로 전개돼 온 기성정치권은 응징과 심판의 대상이 됐다. 정치권은 새 인물을 필요로 했고, 부패와 권력남용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덜한 여성 정치인이 반사이익을 보기에 이르렀다.
여성 정치인들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 철저히 남성위주로 짜여진 정치판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객체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할 주체로 변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욕구에 부응하고, 시대의 화두인 정치개혁을 이룩해 내야 하는 어려운 책무를 안게 됐다.
여성정치의 성공여부는 우리정치의 업그레이드에 직결된다. 국민이 원하는 깨끗한 정치와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을 우선시하는 생활정치에 가까이 갈 때, 여성정치는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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