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영화 '와호장룡'의 작곡가 탄둔(47)이 한국에 왔다. 자신의 작품 '신 마태수난곡―워터 패션'의 한국 초연(26일 통영시민문화회관, 28일 서울 LG아트센터)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우리에게 그는 '와호장룡'과 '영웅'(장이모 감독)의 영화음악으로 친숙하지만, 그 이전에 클래식 작곡가로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클래식 작곡가들의 최고 영예인 그라베마이어 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고, 세계의 주요 오케스트라와 오페라극장이 그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있다.1957년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난 그는 문화혁명의 광풍이 지나간 뒤 중국 예술 전반에 걸쳐 등장한 이른바 '신조류' 세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문화혁명 당시 당의 명령으로 2년간 집단농장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중국의 전통에 뿌리를 둔 그의 음악은 동양과 서양, 고대의 유산과 아방가르드, 클래식과 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융합하는 놀라운 독창성을 보여준다.
"오늘날 세계는 문화적으로 너무나 다양하고 청중도 다양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감동할 만한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작곡가들에겐 베토벤 시절보다 훨씬 많은 기회가 있는 셈입니다."
베이징 음악원 학생시절, 이 학교에 와서 가르친 외국인 교수 중에는 독일에서 활동하던 우리나라 출신 작곡가 윤이상도 있었다. '워터 패션'은 윤이상의 고향 통영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 참가작이기도 하다. "윤이상은 다케미쓰 도루와 더불어 20세기 클래식음악에서 서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동양 작곡가입니다. 문화혁명이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해버린 가운데 문화와 예술의 미래를 고민하던 우리 학생들에게 그는 동양문화의 힘을 깨우쳐줬고 큰 격려가 됐습니다."
'워터 패션'은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물의 메타포로 재해석하면서 동양적 색채를 입힌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물은 재생과 부활의 상징이자, 모든 인간이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 처음 듣는 소리이기도 하지요. 여기에 동양적 텍스트를 집어넣고 몽골 성악이나 중국 경극의 창법, 중국 전통악기의 주법을 쓰는 등 동양 문화를 융합했습니다."
'워터 패션'은 조명과 스크린 등 시각적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젊은 세대를 콘서트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라고 설명했다. "시각 효과는 음악을 방해할 뿐이라며 기피해온 것이 클래식의 오랜 전통이지만, 시각 매체로 넘치는 오늘날 세계에서 시각적 상상력 없이는 좋은 작곡가가 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음악은 보일 수 있고, 이미지는 들릴 수 있습니다."
19년째 뉴욕에서 살고 있는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위촉으로 2007년 초연할 오페라를 쓰고 있다. 지휘자로도 활동 중인 그의 올해 일정은 베를린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등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로 빼곡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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