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정치 불안이 극도로 고조되자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대통령 탄핵 파문은 스페인 열차 테러, 대만 총통 피격과 선거부정 논란으로 인한 정국 불안정에 비하면 오히려 충격이 덜한 편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야신이 피살되자 전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급락한 데 이어 23일에는 일본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시장도 대부분 급락했다.이른바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이날 오후 들어 대만과 일본 모두 낙폭이 줄었고,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들이 7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외국인은 9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해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1분기 어닝시즌 기대감 눌러
전문가들은 그동안 선거와 테러 등 경제 외적인 요인은 증시에 일시적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영향력이 지속적이지는 않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 3월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자 이미 올 초부터 시작된 조정 국면이 더욱 강화하면서 1분기 어닝 시즌 기대감을 억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교보증권의 이우현 연구원은 "최근 정국 불안 등 경제 외적 요소에 의해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일시적인 충격에 불과하다"면서도 "미국 증시의 불안정 때문에 세계 증시의 약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회복과 정보기술(IT) 경기 둔화 등 전부터 지적돼 온 미국 경기 모멘텀 약화의 영향이 지정학적 위험을 핑계 삼아 세계 증시 하락세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이미 높아져 있어, 웬만큼 대단한 실적이 발표되지 않는 한 추세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스권 등락 속 단기 매매 전략 유리
미국 증시의 불안정성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조정 국면의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자, 1분기 실적 발표에 맞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동원증권의 김세중 연구원은 "경제 외적 요인의 충격은 일시적이겠지만,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추가로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모멘텀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계기로 삼을 것"을 권했다.
김 연구원은 "1분기 실적 기대감이 이미 많이 반영됐다"며 "당분간 820∼880대의 박스권 등락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대신증권의 조용찬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위험도가 덜한 편이며, 아시아 전반에 걸쳐 외국인 매도세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증시의 매도폭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했다. 또 "충분히 조정을 받은 상태에서 3월 말부터 어닝 시즌이 시작된다"면서 저가 매수를 권했다. 단 이후 900선까지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매매 전략을 단기로 가져가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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