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이 배부했던 '희망돼지 저금통'이 선거법상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법원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무상으로 기부하거나 배부 과정에서 서명을 받은 행위 등은 선거법 위반으로 인정하면서도 '저금통을 선거법이 금지한 광고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유지해 왔다.서울고법 형사10부(이광렬 부장판사)는 23일 희망돼지 저금통을 무상 배부하고 서명을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영화배우 문성근(51·사진)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희망돼지 저금통 무상 배부 및 서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홍보인쇄물 배포 등 나머지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유죄를 인정,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희망돼지 저금통은 특정 후보를 상징하고 이를 통해 후보의 인지도를 상승시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입법 취지와 목적이 다른데도 선거법상 '광고물'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서 규정한 '광고물'로 해석해 불법 광고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1심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저금통을 나눠주며 서명을 받은 행위에 대해서도 "특정 후보의 인지도를 높여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문씨가 선거 직전 인터넷신문에 노무현 후보 지지 글을 올린 혐의에 대해 "탈법적 방법에 의한 문서게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하고, 티켓 판매 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벌금 50만원에 추징금 20만원을 선고했다.
문씨는 선고 후 "희망돼지처럼 다수로부터 소액의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방식은 정치권이 오랫동안 바랐던 것인데도 재판부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법을 폭넓게 해석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