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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보복"다짐 - 이 "하마스 전원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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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보복"다짐 - 이 "하마스 전원사살"

입력
200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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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단체 하마스의 창설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을 살해한 후유증이 심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 무장단체가 보복공격을 선언하자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모두 살해하겠다고 협박, '피의 보복'이 악순환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양측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미국 주도의 단계적 중동평화안(로드맵)은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보안관료는 23일 "팔레스타인이 보복공격을 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하마스 지도부 전원을 사살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2000년 9월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무장봉기(인티파다) 이후 하마스는 425건의 테러공격을 자행, 377명 이상을 죽였다"면서 "야신은 팔레스타인의 오사마 빈 라덴"이라고 살해를 정당화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NBC방송에 출연, "하마스가 테러조직이라는 것과 야신이 테러에 개입해왔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말해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대다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어겼다"고 말했고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은 사법적 사형 외에 살인을 집행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알 카에다는 이슬람운동단체의 웹사이트(www.al-ansar.biz)를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 전사들에게 당신들의 진짜 적은 미국임을 밝혀 둔다"며 "야신은 미국의 공개적 지지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측은 "이스라엘로부터 사전통고를 받지 않았다"고 즉각 부인했으나 이번 암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친이스라엘 세력과 범아랍권의 감정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과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목표로 한 중동평화안은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가자지구 철수를 공언한 이스라엘은 2000년 9월 레바논에서 조기 철군했을 때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한 역전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을 우려해 왔다.

중동평화안을 조율해왔던 미국과 유엔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은 이날 밤 카이로에서 긴급회담을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실마리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신 사망 이후 흥분과 분노를 삭이지 못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인들을 공격, 유혈충돌로 번졌다. 이스라엘 중부 텔아비브 교외에서 팔레스타인 남자가 도끼를 휘둘러 이스라엘인 3명을 살해했고 레바논 국경에서도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5개월 만에 교전을 벌였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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