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중동의 아랍국가들을 지원, 민주화를 촉진한다는 미국의 '대(大) 중동 구상'(Greater Middle East Initiative)은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의 죽음으로 또 한번 큰 벽에 부딪칠 것이 분명해졌다.외압에 의한 개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절대 수용 불가' 를 외치고 있는 아랍국가들 내에서 민주화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오는 6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정식 제안할 것으로 알려진 대 중동 구상의 골자는 권위주의 체제가 테러의 뿌리라는 인식 아래 아랍국가들을 민주화하고 나토와 아랍 국가들간 관계를 준동맹국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서방국가들이 중동에 정치적 원조를 늘리고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하거나 안보협정을 추진하는 계획을 포함한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과 이집트, 요르단, 북아프리카 4개국을 나토의 지중해 협의체에 포함시키고 시리아와 레바논은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국가들간 협력 강화를 위해 출범한 유럽연합(EU)의 '바르셀로나 프로세스'에 편입시킨다. 또 서방국가들은 중동국가들이 교육개혁, 인권신장 계획을 도입토록 하고 기업 및 경제 역량 강화를 지원하게 된다.
중동 역내 최대 불안 요소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대 중동 구상의 주요 쟁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은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양보와 태도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속해있는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이 중동에 민주주의와 개발을 요구하려면 동시에 팔레스타인인들을 마음껏 탄압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에 내준 '백지수표'부터 제거하라"고 비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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