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3일 소속 교사 2만여명의 연명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비난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이번 선언은 19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탄핵규탄 시국선언', 22일 전국공무원노조의 '의문사위 선언지지 성명'에 이어 나온 것으로 공무원의 정치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정부는 24일 열리는 총리 주재 국정조정현안회의에서 이번 서명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어서 대규모 징계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교조 중앙본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 진보적 개혁정치 촉구'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부패와 무능, 반개혁으로 점철된 16대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다"며 "다수의 힘을 빌려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그들이야말로 국민적 탄핵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서 그들을 의사당에서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민주주의"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교조는 이번 시국선언은 총선공동수업과는 별개의 사안이며 총선수업을 가치중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의 교원수는 35만여명이며, 이번 선언문 서명작업은 전교조 전체 회원 10만명을 대상으로 4일간 진행됐다.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시국선언은 특정정당에 대한 찬반 차원이 아니라 탄핵을 주도한 16대 국회 전체를 비판하는 것으로, 국민의 의사를 거스른 데 대한 당연한 의사표시"라면서도 "시국선언이 특정 정당에 결과적으로 이익 또는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말해 시국선언이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대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과 전교조에 '시국선언 관련 활동 자제 요청'이라는 긴급 공문을 보내 "선거법을 위반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기업노조와 달리 교원노조는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탄핵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전교조가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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