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준 직원으로 임명합니다." 고객들이 유통업계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등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면 고객들은 알아서 소비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까다롭게 요구하고 소비하는 똑똑한(?)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마다 다양하고 세분화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객들을 직접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다.CJ 푸드빌 관계자는 "고객들은 원하는 제품과 불평 불만을 거침없이 건의해 보다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매출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고객참여 경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체인 CJ 푸드빌의 빕스와 스카이락은 1년에 두차례씩 정기적으로 '고객 제안 메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은 메뉴 개발의 아이디어 제안에서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에 고객들이 참여한다.
빕스는 4월 9일까지, 스카이락은 4월 22일까지 새로운 메뉴에 대한 제안을 받는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CJ 푸드빌의 고객 제안 메뉴는 실제로 고객 호응도가 높다. 지난해 상·하반기에 최우수 메뉴로 선정된 빕스의 '스위트 칠리찹과 왕새우', '허브 마리네이드 포크 스테이크'는 출시후 한달동안 4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스카이락의 '굴소스 찹 스테이크', '오븐 씨푸드 스파게티'의 경우 선보인 후 한달간 각각 1억5,000만원의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쇼핑몰 LG이숍(www.lgeshop.com)은 고객이 정한 쇼핑 테마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슈머 코너 '포유(For You)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셋집을 위한 인테리어 전문 매장', '초보 엄마를 위한 육아 가이드샵', '아내를 감동시키는 100가지 선물', '30대를 위한 패션 제안' 등 고객이 만든 64개 코너가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 편에서 소비자가 스스로 상품을 기획하는 이 코너는 한가지 주제에 따라 모든 상품이 올라오기 때문에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상품 구매 담당 바이어 한두명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을 고객이 직접 만들어가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 LG이숍 관계자는 "포유 코너를 운영하면서 전체 매출이 20∼30% 늘었다"며 "앞으로도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3대 피자업체로 지난해 한국에 상륙한 파파존스(www.pji.co.kr)는 매장 직원의 친절도와 서비스를 고객이 비밀리에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해당 지역의 고객을 대상으로 매달 2명씩 무작위로 추첨, 피자 한 판과 사이드 메뉴, 음료수 등을 각각 한가지씩 주문한뒤 직원들을 평가하는 점이 특징이다. 평가를 위해 사용된 구매비와 우편비용은 돌려받을 수 있다. 무료 쿠폰 한장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주방가전 제조회사 동양매직의 소비자 모임인 '매직 패밀리'는 완성품에 대한 보강조사 차원에서 고객의 의견을 묻던 기존 관행을 깨고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광고모델 선정과정에서 회사측에서 호의를 가졌던 김남주보다 윤해영이 주부들에게 호감도가 높다는 의견을 제시해 당초 계획을 수정토록 했다. 또 건강식 현미를 보다 먹기 좋게 만들어주는 '현미전용 믹서'나 날개 부문을 따로 떼어내 손질할 수 있는 '식기세척기' 등도 매직 패밀리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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