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본격 심리에 앞서 노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회측이 사건 '각하' 문제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노 대통령 변호인단은 22일, 23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탄핵심판 사건의 쟁점을 각하 쪽으로 맞추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변호인단은 22일 1차 답변서의 결론 부분에서 "탄핵소추 의결은 오로지 정략적인 목적으로 절차, 방법 및 내용에 있어 전체적으로 헌법을 경시한데서 비롯됐다"며 "의결이 법리적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각하되어야 마땅하다"고 명시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17일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각하 부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었다. 변호인단 간사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23일 기자들에게 "강압적으로, 군사작전 하듯이 (탄핵안 가결을) 진행한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언급하는 등 국회 의결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변호인단이 각하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나선 것은 헌재 판례가 국회 의결 절차의 원칙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헌재는 '국회의원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결정한 1997년 판례(96헌라2)에서 "의회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파에게 토론에 참가하여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칠 기회를 보장할 때만 정당성이 있다"고 지적했었다. 당시 헌재는 "재적의원 과반수를 충족하는 다수파에게만 출석 가능성을 준 다음, 그들만의 회의로 국가의사를 결정해도 헌법위반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공개와 토론의 원리 및 다수결 원리의 정당성의 근거를 외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례를 놓고 보면 일단 변호인단이 유리한 입장을 선점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한 야당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국회 차원과는 별도로 헌재에 제출할 의견서를 통해 "탄핵안 처리 당시 본회의 진행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국회 사무처는 "박 의장은 본회의 개의 시간을 오전 10시로 정했을 때 어떤 교섭단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탄핵소추의 경우 인사 관련 사안인 만큼 질의나 찬반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점 등을 의견서에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야당 위주의 국회 소추위원측도 박 의장의 의견서 내용대로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없었음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특히 공개 변론기일 직전이나 당일인 29일 또는 30일께 의견서를 낼 것으로 전해져 내용이 주목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