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되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구차하게 사느니 깨끗이 죽는 게 참 길이며, 비굴하게 살기 위해 자신의 행위를 더럽게 손으로 가려서는 안 된다."비장감마저 느껴지는 이 말은 언뜻 보면 한나라당 일각의 탄핵 철회론에 대한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반박 같다. 그러나 이것은 뜻밖에도 탄핵철회 파문을 일으킨 김문수 의원이 지난 17일 당 대표 경선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김 의원이 탄핵철회를 처음 입에 담은 게 20일이었으니까 사흘 만에 간단히 식언(食言)을 해버린 셈이다.
이에 가세한 일부 소장파 의원의 언행도 황당하다. 남경필 권영세 의원 등은 22일 "탄핵에 대한 사후처리는 여론과 각계 원로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탄핵안 처리에 앞서 당 기자실에 나타나 "대통령 사과가 없으면 탄핵에 찬성할 것"이라고 천명해 이를 지켜본 사무처 관계자들에게 박수까지 받은 사람들이다.
김 의원이나 소장파가 이제 와서 내세우는 명분은 '국민의 뜻'이다. "탄핵을 규탄하는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김 의원)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전에 이미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기회주의적 처신에 다름 아니다.
탄핵 철회론자들에게 "도대체 철회가 법적으로 가능하냐"고 묻자 "대통령과 야당이 동시에 사과하면 된다"는 다소 허황된 잡탕찌개 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들의 철회 주장은 "나는 당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켜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챙기려는 쇼라는 비난을 자초한다.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벌여놓고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일부 의원의 비겁한 행태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정치를 더 희화화하고 있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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