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하나로 한 차원 다른 삶을 영위한다." '미래의 정신을 잡아라'(Get the spirit of tomorrow)를 영원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세빗(CeBIT)'은 올해도 첨단기술의 불꽃 튀는 각축장이 됐다. 노키아와 지멘스, 소니, 파나소닉,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폐막을 이틀 앞둔 22일에도 저마다 기술을 뽐내며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세빗 2004'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단연 휴대폰이며 화두는 여러 기능을 뒤섞은 컨버전스다. 단순 통화 수단으로 탄생한 휴대폰이 멀티미디어 기기로 변신하는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월드폰 등을 선보인 한국 업체들의 부스는 활기가 넘쳐 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본사와 구주영업총괄 100여명의 전사들이 지구촌 바이어들과 올해 농사를 가늠하는 수출 상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선발 주자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수성(守城)에, 한국과 일본 기업은 유럽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대혼전"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키아는 방수기능 제품과 100만 화소 카메라폰 등을 선보이며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폴더형 제품도 공개해 바(Bar) 형태를 고집해온 디자인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모토로라는 스마트폰과 카메라폰, MP3 등으로 무장, 2위 자리를 넘보는 삼성전자와의 일전에 대비했다.
팬택 이성규 사장은 "이들 업체는 주력 제품을 이미 컬러폰이나 카메라폰으로 바꿨다"며 "유럽용 3세대(3G) 제품도 내놓는 등 휴대폰 황금 시장인 유럽을 지키기 위해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의 휴대폰 통화방식(PDC)에 매달려 '세빗에서 일본은 없다'는 평을 들어온 파나소닉과 소니에릭슨 등 일본 기업들도 유럽용 3세대 이동통신(UMTS)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3세대 서비스는 초기 단계지만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 상용화 경험과 한 수 위인 카메라폰을 앞세워 위상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이얼 등이 단말기를 출품한 중국의 급부상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컨버전스 현상은 가전 분야에도 나타났다. 정보기술(IT) 회사들이 TV를 출품하는가 하면 상당수 통신회사들이 디지털 오디오 부문의 제품을 선보였다.
/하노버=이종수기자jslee@hk.co.kr
● 외국 제품들
세빗 2004에는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제품들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독일 지멘스의 '펜 폰'(Pen Phone·사진 아래)은 휴대폰 키보드로 일일이 문자를 입력할 필요없이 펜처럼 쓰기만 하면 입력과 동시에 문자 메시지 형태로 전송돼 호응을 얻었다. 물론 펜 양쪽 끝에 송·수화기가 달려 있어 음성통화도 가능하다. 펜 폰을 아무데나 대고 영어 문장을 쓰면 데이터를 입력시킬 수 있고 정확히 읽어낸다. 지멘스 관계자는 "시제품이지만 반응이 뜨거워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NEC는 팔이나 다리 등에 감아 다닐 수 있도록 본체 전체를 특수 고무로 만든 '팔찌폰'과 해변용 방수폰을 선보였다.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시회에 출품했던 립스틱폰을 좀 더 구체화했다. 이들 제품을 상용화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편리를 추구하는 기술융합(컨버전스)시대에 휴대폰이 진화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타이거 우즈의 골프게임 등을 자유로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전용폰인 'N―게이지'(N―GAGE·사진 위)을 위한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그러나 무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 소니―에릭슨도 3차원 동영상 게임이 가능한 휴대폰을 출시하고 이를 대형 화면에 담아 모바일 게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일본 소니는 휴대폰을 통해 좋아하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개인형 라디오'를 선보였다. 소니―에릭슨도 서버에 접속, 비디오와 음악 등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는 Z1010모델을 대표작으로 내세웠다.
두께가 자유롭게 조절되는 네덜란드 필립스의 '유체 렌즈'도 관심을 끌었다. 이 렌즈는 굴절률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유체를 이용, 초점 거리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카메라폰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의 경우 여전히 고화소 카메라폰이 주류를 이뤘지만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컨버전스형 단말기가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하노버=이종수기자
● 한국 제품들
세빗 2004에서 850여평의 초대형 전시관을 차린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월드폰'(A700)으로 유럽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제품은 이동전화 양대 규격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유럽식이동전화표준(GSM)을 모두 지원해 지구상 어디서나 통화 가능하다.
유럽의 3세대 이동통신(UMTS)을 이용한 화상통화폰(Z105) 부스 역시 직접 제품을 시연해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CDMA용 200만 화소 카메라폰(V4400)과 유럽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100만 화소급 카메라폰(P730) 역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P730은 멀티미디어카드(MMC)를 이용해 최대 512MB까지 메모리 확장이 가능해 고화질 사진 2,000여장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인 80인치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TV와 57인치 액정화면(LCD) TV, 초박형 DVD레코더, MP3플레이어, 노트북PC 등 정보기술(IT)과 가전이 융합한 복합 제품도 대거 선보였다. 이중 LCD TV·모니터와 휴대폰(X800, X9100), 50인치 PDP TV, DVD플레이어, 청소기 등은 대회기간 중 'IF우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이 선보인 FM라디오 겸용 게임폰(GA-400B·사진 아래)은 노키아의 게임폰 엔게이지와 맞설 경쟁제품으로, 취향에 따라 휴대폰 케이스를 교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블루투스(Bluetooth)폰(G800)은 무선으로 홈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첨단 휴대폰. 귀찮은 연결선 없이 PC에서 소프트웨어와 일정자료 등을 내려 받고, 가전제품을 원격 조정하거나 유선전화와 연결해 쓸 수도 있다. 무선 이어폰 기능도 기본으로 포함됐다.
4월 KTF용 출시를 앞두고 세빗에 미리 발표한 '디카폰'(K6500)은 세련된 외모 못지않게 강력한 디지털카메라 기능으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팬택앤큐리텔 관계자는 "130만 화소에 내장 플래시, 광학 줌을 내장해 디지털카메라 이상의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LG전자는 대형 평면 디스플레이 제품과 고성능 카메라폰, 자사의 독보적 홈네트워킹 기술로 구현한 모델하우스를 전시했으며, 삼성물산은 국내 업체로 최초로 공(空)CD와 공DVD 전문브랜드 '플레오맥스'(Pleomax)를 선보였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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