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중앙일보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로 바뀐 것은 이 회장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던 중앙일보 지분을 실권주 형태로 홍석현 현 중앙일보 회장에게 넘겨준 대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현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허태학, 박노빈 삼성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은 "삼성에버랜드와 중앙일보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조건으로 각각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뒤 중앙일보는 삼성에버랜드 청약을, 이 회장은 중앙일보의 청약을 포기한 뒤 양사의 실권주를 상대방측인 재용씨 남매와 홍 회장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에 경영권을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허씨 등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측도 검찰의 주장에 대해 "당시는 그룹을 분리하던 시기라 우연히 CB발행 시기가 같았을 뿐 양측이 합의에 따라 지분 맞바꾸기를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에 대해 "편법 상속"이라는 검찰측 주장과 "자금 조달을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허씨 등은 1996년 주당 최소 8만5,000원의 가치가 있는 삼성에버랜드 CB를 재용씨 등에게 주당 7,700원에 발행, 회사에 969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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