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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개나리와 철쭉이 귀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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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개나리와 철쭉이 귀했던 시절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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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초등학교 1학년 때 이 노래를 배웠다. 그러나 대관령 아래의 산골에 살면서도 개나리를 보지 못했다. 지금은 봄이면 가장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이지만, 그때 우리 동네엔 개나리가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는 말로만 듣던 개나리를 보러 오리쯤 걸어 아랫마을로 가 어느 집 울타리를 따라 노랗게 피어난 그 꽃을 보았다. 병아리가 입에 따다 물고 다니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말이 거짓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시골에서 개나리를 못보고 자라다니. 그러나 아무 산에서나 피는 진달래는 어릴 때부터 신물 나도록 봤어도, 철쭉도 고등학교에 들어간 다음 학교 정원 조경 공사 때 처음 보았다. 잎과 꽃이 진달래와 비슷하면서도 종류가 다른 그 꽃이 바로 철쭉이라고 했다. 지금이야 봄이면 아파트 온 단지가 개나리와 철쭉이지만 예전엔 개나리도 철쭉도 귀했다. 아니 꽃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꽃이 흔해지기 시작한 것은 집집마다 밥을 먹고 사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된 다음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중요한 건 먹고 사는 일이었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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