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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친구"에게도 외면당한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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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친구"에게도 외면당한 부시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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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이라크 공격 1주년 기념식이 열린 백악관 이스트 룸에는 세계 83개국의 국기가 병풍을 치고 있었다."오래됐고 귀중한 친구들 사이의 불일치는 이제 과거의 일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반전국을 포함한 83개국의 대사들 앞에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세계의 분열과 갈등을 과거지사로 돌렸다.

대신 부시 대통령은 "테러범들과 별도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며 문명과 테러와의 싸움에서 세계 각국이 중립지대에 머물지 말 것을 주문했다. "테러 위협을 싸워서 파괴하는 것은 모든 나라의 이익이자 모든 정부의 책무"라고 힘주는 대목에서는 1년 전 개전 선언 당시의 비장함이 서렸다.

그러나 분위기는 착 가라 앉아 있었다. 24분의 연설 동안 연단의 오른 편을 차지한 '친구'국가의 대사들 사이에서 터진 박수는 시작과 끝 두 차례뿐이었다. 연설장을 휘감은 정적은 미국의 명분 잃은 전쟁으로 갈라진 국제사회의 오늘을 말해주고 있었다.

"약점이나 후퇴의 기미를 보이면 테러범들의 폭력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부시 대통령의 외침을 뒤로 하고 이라크 파병 국가들에서는 철군의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스페인의 이탈 선언으로 이라크 전쟁 동맹은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날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장관은 르몽드와의 회견에서"이라크 전쟁은 미국과 영국의 거짓말로 시작된 인류의 재앙"이라고 반전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지금은 미국이 세계를 향해 그들 편에 서기를 요구하기 앞서 왜 세계가 그들에게 등을 돌리는가를 새겨야 할 때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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