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외무부가 펴낸 한국안내서 중 한국 비즈니스 9계명에는 '대접하고 또 대접을 받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고급 술집에서 만취해야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한국적 관행을 외국인들도 정확하게 보고 있고, 또 이를 한국 사회의 불투명성으로 연결짓고 있는 것입니다." 30년간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수출과 투자유치의 최일선에서 한국을 지켜본 수출역군이 세계 속에 비친 우리 모습을 책으로 엮어냈다. '아이스크림 영어와 DMZ'(부제:KOTRA맨이 바라본 세계 속의 한국)를 펴낸 KOTRA 지방사업본부장 정동식(55) 이사.1975년 KOTRA에 입사한 정 이사는 요르단 암만, 미국 샌프란시스코, 호주 시드니 무역관장을 거치는 등 13년간 해외에서 생활했고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외국인투자유치센터(현 인베스트 코리아) 소장을 맡기도 했다. 이 책은 해외근무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 안팎에서 본 한국의 모습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솔직하고 생생하게 담아냈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뒤 금문교의 평소 유지·보수 인력이 130명이라는 사실을 보고했더니 정부가 믿어주질 않더군요." 정 이사는 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됐을 때, 정부가 KOTRA 샌프란시스코 무역관에 금문교의 유지·보수 현황을 조사해달라는 지시를 내린 일화를 소개했다. "금문교 유지·보수에 배치된 기술인력이 130명이 넘는다는 보고서를 올리니깐, '설마 다리 하나 관리하는 데 그만한 인력이 필요하겠냐'며 재조사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정 이사는 "외국에 비친 한국은 아직도 70년대 미국영화 '야전병원(MASH)'의 배경인 한국전쟁이나 고아수출국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며 "세계적인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에 내놓는 상품 광고에 한국이란 이름을 넣지 않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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